관제실

Supportive, 지탱하는

by 참읽기


Support=sub(아래에) + portive(potare; 들고 옮기다) 아래에서 받쳐 들고 있는 것을 말해.

아래에서 받쳐 들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지탱하는, " "받치는, " "도와주는"의 뜻을 가지고 있지.



너는 5개월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목을 가누고 허리에 조금씩 힘이 생기면서 이제 업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지. 업을 수 있다니, 대단히 반가운 일이야. 네가 누워 자도록 똘똘하게 교육하지 못해서 아직도 낮잠은 안아 재우는데 요즈음 네 무게가 꽤 되거든. 아무래도 업으면 더 오래 너를 지탱할 수 있어. 졸려하던 네가 업히자마자 칭얼거림을 멈추고 잠들었어. 안아 재우거나 뉘어 재울 때보다 훨씬 오래 잤지.



너를 업어 재우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서재에서 책을 뽑아 든 거야. 독서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도 지난 5개월간 책을 못 읽어 아쉬웠어. 휴대폰이 쉬워서 책이 안 잡히더라. 빠르게 소진되는 인터넷상의 글만 읽다 보니 책이 고팠어. 그렇게 손에 잡은 책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당장 여행을 떠난 수 있는 건 아니라도 공항이라는 단어와 표지에 떠 있는 비행기에 사로잡혔지. 다행히 여행을 막 떠나고 싶게 만드는 내용은 아니었어.



터미널 옆의 관제실에는 위성들이 추적한 영국항공의 모든 비행기들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거대한 세계지도가 있다. 지구 전역에는 약 180대의 비행기가 떠 있으며, 이들은 약 10만 명의 승객을 태우고 있다. 여남은 대는 북대서양을 가로지르고 있고, 다섯 대는 허리케인을 에둘러 버뮤다 서쪽으로 가고 있고, 한 대는 파퓨아뉴기니 상공의 항로를 타고 가는 것이 보인다.

이 지도는 가슴 뭉클한 불침번을 상징한다. 각 비행기가 고향의 비행장에서 아무리 멀리 떠나 있다고 해도, 런던 관제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마음에서 결코 멀리 떠나보낸 적이 없다.

그들은 자식 걱정을 하는 부모처럼 자신이 책임지는 비행기 한 대 한 대가 무사히 착륙하기 전에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 일주일을』


마음을 놓지 않고 지탱하는 것,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일이 바로 그건데.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어. 언제쯤이 다 키운 거냐고.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열 살쯤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고 했어.

앞으로 구 년이구나.

스무 살 쯤 되면 며칠씩 여행도 갈 수 있겠지. 서른 살 쯤 되면 꼭 엄마와 살지 않아도 돼. 아니, 네 짝을 찾아서 나와 떨어져 살아야 마음이 놓일 거야.


그런데, 정말 그럴까?


두 달 전, 외삼촌이 13년 만에 캐나다에서 한국을 방문했어. 외삼촌은 마흔이 넘었어. 외할머니는 아들의 먹거리와 잠자리를 준비하느라 매우 분주하셨어. 4개월이 넘은 자식을 둔 나나 40 넘은 자식을 둔 할머니나 자식이 먹는 것, 자는 것 챙기느라 온 시간과 정성을 쏟는 건 매한가지더라.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 부모 가슴에 돌덩이가 얹어지나 봐. 가슴 위에 돌덩이가 늘 느껴지듯 부모는 자식을 잊을 수 없어. 그것이 가슴을 지그시 누르는 것은 그저 부모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지. 부모는 그 돌덩이 무게 때문에 발을 땅에 붙이고 현실을 살아. 돌덩이를 지탱하다 보니 무게를 견딜 만큼 힘이 세지고 마음도 단단해져. 관제실도 그래. 땅에 단단히 박힌 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지켜봐.


오늘 아침 외삼촌이 아침 비행기로 돌아갔어.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도 관제실은 땅에 남아 지켜봐.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야. 멀리 날아가도 가슴의 돌덩이는 그대로 남아. 그 무게가 부모를 땅에 붙들어 두고, 동시에 부모를 부모 되게 하지.


지금 너는 내 등에 업혀 자고 있어. 너로 인해 나도 관제실이 되었어. 이제 평생 땅에 단단히 박힌 채, 하늘을 나는 너를 지켜보며, 마음을 놓지 않고 너를 지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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