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생일

Flourish, 흐드러지다

by 참읽기
옛날 라틴어로 flōrēre라는 단어가 있었어. "꽃피다"를 뜻하는 말이었지.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활짝 피어나는 그 순간.

꽃이 만개하듯 번성하고, 무성하게 자라고, 흐드러지게 펼쳐지는 것. 식물만이 아니라 사람도, 관계도, 삶 전체가 flourish 할 수 있어.


1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때가 왔어. 벚나무 가지에 달린 봉오리가 빨갛게 올라와 지기 직전. 수일 내로 꽃이 피어나 나무를 뒤덮겠지. 얼마나 기대되나 몰라. 네 생일이 그런 날이었어. 3년 전 꽃망울처럼 빨간 네가 내게 왔어. 매일 사랑스럽게 피어났지. 특별할 것 없었던 나라는 나무를 폭 덮어주었어. 지금 나는 너와 흐드러진 삶의 한가운데 있어.


너는 많이 컸어. 벽에 붙은 키재기 자를 보니 매달 꼬박꼬박 1센티씩 자랐고, 입에서는 매일 팝콘 터지듯 새로운 말이 튀어나와. 내가 다 받아 적어두지 못하는 게 아쉬워. 마음 한 뼘 두 뼘 늘어나고 있지.


작년에 너는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걸 힘들어했어. 일상생활이 망가질 정도. 결국 낮잠을 안 자기로 했지. 할머니가, 원장님이, 담임 선생님이, 다른 엄마들이 나에게 무르게 굴면 안 된다 했어. 딱 하루 고민했어. 나만큼은, 엄마니까 네 속을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 낮잠으로 울리지 않기를 결정했지.


2월의 마지막, 형님 반 가기 직전 주였어.

"이제 어린이집에서 잠 잘 거야."

네가 형님반 교실을 둘러보고 온 후 기대에 차서 말할 때, 나는 심각하게 듣지 않았어. 워낙 낮잠 자는 걸 힘들어했던 터라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거든. 형님반 첫 등원날, 이불 챙겨가는 시늉은 했어. 점프해서 어린이집 들어가는 뒤통수를 오랜만에 봤어. 너를 데리러 갔는데 낮잠 자고 있다고 하네. 기특했지만, 일주일 지켜보기로 했어.


2주 차, 어, 괜찮은가? 혹시 마음 바뀔 수도 있으니 매일 점심 지나고 너를 데리러 갔어. 3주 차, 정말? 이렇게 적응하는 건가? 4주 차, 당연하게 낮잠을 자네! 너는 스스로 말한 것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자라났어. 진짜 형님이 된 거지. 너는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잘 견디고, 아니 즐기고 있어.


매주 조금씩 달라지는 너를 보며, 나는 또 한 번 깨달았어. 네가 정말 자라고 있구나. 마치 봉오리가 꽃잎을 터뜨리듯, 3월의 끝에 네 생일이 왔어. 네 생일은 정말 완벽한 시기에 있어. 매해 3월이면 너는 나를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할 거야. 나는 진심으로 네 생일을 축하하겠지. 탐스러운 성장의 에너지에 감탄하면서.



어젯밤 어린이집에 보낼 파티 물건들을 준비하다가 너를 만난 첫 해 쓴 글을 읽어보았어. 그때는 내가 너를 아주 조심스레 대했더라. 네가 너무 작고 소중해서 어쩔 줄 몰랐어.


지금 우리는 많이 익숙하고 편해졌지. 그게 좋은 일인데도, 한편으로는 네가 와준 감동을 잊어가고 있었어. 네가 나를 너무 자주 찾을 때면 귀찮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아가 적에는 조금씩 변해가는 너에게 하루에도 몇 번이나 탄복했었는데, 지금은 네가 잘 해내는 게 당연해졌거든. 오늘, 네 생일에 다시 생각해. 네가 아직 아가와 언니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엄마도 아가 엄마와 언니 엄마의 중간에 있네. 때론 서툴렀지만 너는 이렇게 아름답게 자라줬어.


On the day that you were born the angels got together,

네가 태어난 날 천사들이 모여

and decided to create a dream come true.

꿈을 현실로 만들기로 결정했대

So they sprinkled moon dust in your hair of gold

그래서 네 머리칼에 금색 달빛을 뿌리고

and starlight in your eyes of blue.

네 눈에 푸른 별빛 심은 거야

<Close to you, The Carpenters>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야.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상상해. 네가 태어나던 날 천사들이 네 머리카락에 달빛을 뿌리느라 밤하늘에 달빛이 찬란한 광경을. 네 눈동자에 별빛을 심으면서 온 세상에 별빛이 넘실대는 풍경을. 엄마는 너처럼 빛나는 존재는 처음 봐.


수하야, 고마워. 너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나와 함께 해줘서, 너를 사랑하는 이 자리를 내게 허락해줘서. 함께 놀자. 함께 웃자. 함께 노래하자. 함께 춤추자. 벚꽃처럼 함께 흐드러지게 삶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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