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Draw, 그리다

by 참읽기

Draw는 고대 영어 dragan "끌다, 당기다"에서 왔어.

아름다운 대상에 끌려서, 연필을 끌면서 형상을 만들어내는 걸 그린다고 해.

수하야,
네가 태어나고 5일쯤 되었어. 너와 나는 조리원에 도착해서 나란히 누웠지.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엄마는 ​앞으로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겠지. 기뻐하며 기특해하며 귀여워하며, 애달파하며 아쉬워하며 그리워하며.

​그때 처음으로 너의 뒷모습 사진을 찍었어. 작은 머리에 붙은 머리카락, 속싸개에 단정하게 싸인 작은 몸. 사진을 자주 들여다봤어. 눈을 감아도 보였어.

이후로 너의 뒷모습을 기록했어. 놀고, 그리고, 걷고, 달리고, 춤추는. 걷는 게 대견하고 뛰는 게 자랑스러워. 나를 앞서가는 너를 사진에 남겨. 너의 앞에서 “이리 서봐, 브이 해봐.” 하지 않고, 뒤에서 너의 행동을 보며 웃는 얼굴을 상상해.

앞모습을 보면 말을 걸게 돼. 좋은 말을 걸기도 하고, 입맞춤을 건네기도 하지. 한편으로는 위험한 것, 고쳐야 할 것을 지적하기도 해. 보이는 걸 어떡해. 말하고 싶은 걸 어찌 참아.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달랐어. 혼자 생각에 잠겨. 언제 네가 저렇게 컸는지 생각해. 내가 키우는 게 아니구나 고백하고. 마지막에는 “맡깁니다.”라는 기도를 숨처럼 내. 뒷모습을 볼 때만 깨닫는 게 있어.

지난여름, 놀던 네 뒷모습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어. 너를 그리고 싶은데, 내 그림 솜씨로 얼굴을 그릴 수 없어서, 사진첩에 남아있는 뒷모습을 골랐어. 네가 무척 좋아했어. 이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은데, 스스로 소중하고 뿌듯하대.

오랜만에 네 뒷모습을 그렸어. 며칠 전 마트에서의 모습을 포착했지. 그리다 보니 깨달았어. 사진 속에서도 그림 속에서도 네가 훌쩍 컸더라. 너는 내 옆에 꼭 붙어서 엄마 연필로 그려지고 색연필로 옷 입혀지는 자신을 바라봤어.

​"이 사진은 정말 멋져. 내가 정말 귀엽네. 엄청나."

내내 감탄하면서.

완성했어. 너는 한참 웃으며 그림을 들여다보더니 가슴에 꼭 품고 방으로 가져갔어. 나는 또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어. 평생 바라보겠다고 마음으로 약속했지. 보이는 사랑을 넘어, 믿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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