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돌, 오늘의 돌

Renew, 새롭게 하다

by 참읽기

Renew, re(다시) + new(새로운). “다시 새롭게 하다”는 의미야.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말해.


수하야,

어제 너는 놀이터 한판 놀고, 킥보드 한판 타고 놀 거리를 찾았어. 나뭇가지를 줍고 개미와 이야기 나눴지. 산책 나온 개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느라 바빴어. 그러다가 돌멩이가 많은 길 한편에 풀썩 주저앉았어. 동그란 돌멩이, 네모 돌멩이.

“엄마, 이거 전화기 같아!” 길쭉한 돌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시늉을 했어.

“이건 달걀.” 하얀 돌멩이를 조심스럽게 챙겼어. 돌멩이가 예쁘다며 연신 주워댔어. 네 손에 다 담기지 않자 나에게 챙기라 성화였지. 우리는 두 손 가득 돌을 모았어.


돌멩이를 소중하게 돗자리 까지 잘 챙겨 왔어. 돌을 초대해서 옆에 두고 도시락을 까먹었어. 한참 돌멩이와 놀았어. 집에 오려고 자리를 정리하면서 돗자리 위 돌들을 털어냈다. 네가 그렇게 공들여 모은 돌들인데, 나는 그저 무거운 짐으로만 생각했나 봐. 전화기도, 달걀도, 너에게는 각각 이름과 의미가 있었을까. 내겐 그냥 돌멩이였어.


밤이 되었어. 잠자리에 들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지. 네가 갑자기
"돌멩이 어디 있어?"
"돌멩이? 공원에 두고 왔지."
침묵. 그러더니 네 입이 삐죽거리기 시작했어.
"돌멩이 찾아와."

너는 한밤중에 돌멩이를 찾아오라고 엉엉 울었어. 나는 미안하다 수차례 사과했어. 내일 다시 가서 돌들을 찾아오자 다짐을 거듭했지. 겨우 추스른 너는 잠이 들었어.


오늘 두고 온 돌을 찾으러 다시 공원에 갔어.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어. 놀이터와 킥보드 트랙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했어. 텐트와 돗자리들도 전날보다 더 많았어.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봐.


돌을 두고 온 자리에 가봤어. 돌이 그대로 있을 리 만무하지. 어떤 텐트에 덮였거나, 누가 치웠거나, 아니면 돌을 모으는 또 다른 누군가가 가져갔나 봐. 전화기처럼 생겼다고 좋아했던 길쭉한 돌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나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어.


다행히 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외할머니가 함께 했어
"수하야, 이렇게 반들반들한 게 예쁜 돌이야" 하며 찾는 법을 알려주셨지. 어제는 삐죽빼죽 돌인지 콘크리트 부스러기인지 모르겠는 것들이 섞여 있었는데, 오늘의 돌들은 밴질밴질 예뻐.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너는 새 돌멩이들을 찾기 시작했어. 하나하나에서 세상을 발견하듯이.

웬만큼 줍고 나니 눈을 돌려 놀이터로 향했어. 어제 논 놀이터여도 오늘도 새롭게 좋아해. 너는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는 시간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훨씬 길구나. 어제의 돌을 오늘의 돌로, 어제의 슬픔을 오늘의 기쁨으로. 나는 네게서 배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네가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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