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을 강하게 해 줘

『마틸다』

by 참읽기

Books make hearts strong.

수하야,

학교에 다녀온 네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어.
“학교에서 <마틸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
“엄마도 제목만 알고 아직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재미있어?”
책장을 기웃거리며 네가 말했지.
“마틸다가 책으로도 있지 않아?”
“맞아! 그럼 『마틸다』 우리 북클럽에서 읽어볼까?”
그렇게 계획하지 않았던 책이 들어왔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갈까? 둘 다 펼치자마자 빨려들 듯 들어갔지.

“마틸다가 수하랑 비슷한 점이 있어?”
“책을 좋아하는 거.”
“너도 마틸다처럼 책 읽는 걸 좋아해? 어떤 책을 좋아해?”
“나? 모든 책.”
“마틸다가 읽은 책 중에 네가 읽은 것도 있었어?”
“ 『비밀의 화원』이 있더라.”
“『사자와 마녀와 옷장』도 있어.”
너는 정말 마틸다랑 비슷해. 모든 책을 좋아하고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하지. 그러니 마틸다를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래서일까? 『마틸다』 나누는 시간에 네가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거 아니? 엄마가 한 마디 질문하면 마틸다가 읽은 책 떠올리며 열 마디, 초능력 생각하며 신나서 열 마디.

“너도 마틸다처럼 초능력이 생길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마틸다 같은 능력! 눈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너는 눈을 부릅뜨며 계속 이야기했어.
“눈으로 다 하는 거지. 나는 앉아있어. 의자를 눈으로 움직여. 의자를 들어서 내가 뜰 수도 있지. 발을 보면 발이 떠서 학교 갈 수 있지. 킥보드를 타고 학교로 간 다음 눈으로 킥보드를 집으로 돌려놓을 수 있지. 책도 눈으로 갖다 놓고 정리도 눈으로 할 수 있어.”
“네가 안 움직이고 싶은 거구나.”
내가 정곡을 찔렀을까? 네가 더 확장하더라.
“맞아. 에어컨 온도도 맞추고 엄마 대신 설거지도 눈으로 해 줄 수 있어. 빨래도 돌리고. 눈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면 도와줄 수 있는 거야. 동생을 날게 해줄 수 있겠지?”
“아, 위험해!”
“좋아할 것 같은데? 걔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라니까!”
결국 동생을 날게 해주는 데까지 너의 상상이 뻗어나갔어. 너는 신났고 나는 걱정했지. 무슨 상상이 이렇게 생생해?

너의 이 상상력, 이 발상이 어디서 왔을까? 책이었어. 마틸다가 눈으로 물컵을 쓰러뜨리고, 분필을 움직이고, 교장 선생님을 날려버린 것처럼. 너는 책에서 본 것을 네 삶으로 가져와 더 크게 펼쳐놓았어. 마틸다는 우리에게 ‘읽는 힘’이란 무엇인지 알려줬어. 그건 단순히 책의 줄거리를 아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힘이지.

“만약 엄마 아빠가 찰스 디킨스나 러드야드 키플링의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인생에는 사람을 속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텐데.”
— 『마틸다』, 로알드 달, 김난령, 시공주니어, 2000, p35

마틸다의 부모는 책을 읽지 않아서 딸과 아무런 대화를 하지 못했지. 엄마는 너와 함께 책을 읽어. 오래오래 너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엄마가 주변에 미스허니 같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지.
“미스 허니 같은 사람이 무슨 사람이야?”
“너의 특별함을 잘 알아봐 주고, 잘 질문하고, 네가 잘하는 것들을 이끌어주고 어른이지만 너를 친구처럼 대해주는 사람.”
엄마는 너의 다음 행동을 잊지 못해.
“You!”
“엄마가 진짜 그래?”
“You!”
너는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키며 윙크했어.

언젠가 네가 자라면서 너의 마음이 달라지는 날이 있을 거야. 문을 닫고 엄마한테 비밀로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겠지.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눴던 지금의 대화가 우리 사이의 문이 되어줄 거라 믿어. 네가 자라나는 때마다 너의 미스 허니가 되어줄게. 책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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