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애나』
I am glad to be glad.
수하야,
북클럽하러 카페에 가는 길이었어. 그냥 기뻐하기 게임해봤는지 내가 물었지. 곰곰이 생각하던 네가 말했어.
"엄마, 나는 그냥 기뻐할 수 있어서 기뻐."
"응?"
"그러니까, 내가 기뻐할 거리를 찾지 못했는데, 폴리애나처럼 그냥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서 기뻐."
"그냥 기뻐하기 게임,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바로 차갑게 대답했어. 네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카페에 도착했어. 별 것도 아닌데 울린 게 미안해서 그동안 안 사주던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어. 훌쩍거리면서도 먹고 싶던 거라고 좋아하는 너를 바라보다 그제야 이해했어. 특별한 일 없어도 "그냥"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이 기쁘다는 거구나.
“엄마가 미안해.”
“응.” 케이크를 입에 문 채 대답했어.
"그래서 폴리애나 이야기 어땠어?"
멋쩍어하며 나는 물었지.
"폴리애나가 힘든 상황을 바꾸어서 기뻐하는 게 신기했어. “
고개를 들자 네 눈에 남아 있는 눈물이 반짝 빛났어.
"그냥 기뻐하기 게임 생각하는 게 어려웠어?"
미안한 마음을 돌려서 말했어. 너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는 '괜찮아' 하고 넘기더라고. 그냥 기뻐하기 게임을 생각하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있더라고."
"어떨 때?"
“오늘도 수학 익힘 문제 많이 틀렸는데, 바로 '이게 진짜 시험이 아니어서 기쁘다'라고 생각했어.”
아, 그런 의미였구나. 너는 이미 자연스레 그냥 기뻐하고 있었는데 나의 방식대로 재단하려 했어. 엄마가 급했어.
그냥 기뻐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폴리애나가 말했던 게 기억나.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폴리애나는 그걸 “그냥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부르더라.
“아, 당연히 숨이야 늘 쉬겠죠. 그런 걸 배우는 시간에도요. 하지만 살아 있지는 않을 거예요. 잠잘 때도 숨은 끊임없이 쉬지만,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말하는 살아 있는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밖에서 놀고, 책을 읽고... 물론 혼자서 읽고요. 또 언덕을 오르고, 정원에서 톰할아버지랑 얘기하고, 낸시 언니랑도 얘기하고, 어제 지나온 무지 멋진 길거리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어떤 집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런 걸 모두 알아보는 거라고요. 저는 그런 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모. 그냥 숨만 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요."
― 『폴리애나』, 엘리너 H. 포터,
햇살과 나무꾼, 비룡소, 2019, p.74.
엄마는 이 문장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어. 내가 숨만 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바로 차갑게 대답했던 건 “살아있을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오래전, 편지에 쓴 이야기가 떠올랐어.
“수하야, 그거 아니? Thank you 할 때 thank랑 think가 같은 데서 나왔대. 하나의 생각에 오래 머물면 감사가 된대.”
그제야 생각에 머문다는 의미를 알겠더라. “살아 있는 시간”을 갖는 거지.
“진짜? 그럼 나 지금 thank 한 거네! 그러면 어젯밤 잃어버린 동력 비행기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야 해.”
너는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어.
“엄마가 오늘 아침 놀이터에 가서 동력 비행기 찾아봤는데 안 보였어.”
"외계인이 다니니까 그럴 수도 있나?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나뭇잎 사이에 연결이 돼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너는 갑자기 상상의 날개를 펼쳤어.
"우리가 비행기를 잃어버려서 미지의 세계를 발견할 가능성을 찾은 거야. “
나는 네게 맞장구를 쳤지.
"UFO가 조사하려고 사람들도 데려간대. 그러면 비행기만 하나 가져간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 감사하다."
너는 더 신이 나서 말했어.
너는 어떻게 바로 기뻐하기를 잘할까? “살아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일 거야. 그날 저녁 너는 영어책 읽고, 그냥 책을 읽고 있었지. 너의 저녁 시간 루틴으로 보면 수학 문제집 풀고, 일기 써야 하지만.
‘수학 문제집 풀고, 일기 써야지.’
나는 턱밑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켰어. 저녁 먹으라 부를 때까지 너는 한참 뒹굴거리며 책 읽더라. 다음 할 일을 말하고 싶은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했어.
그래, 너는 책 읽고 뒹굴며 "살아 있는 시간"을 가지는 거야. 그 힘으로 속상한 일도 금방 감사로 바꾸고는 다시 퐁, 튀어 올랐고, "그냥 기뻐하기"를 자연스레 했지. 너를 보며 엄마가 도전받아. 엄마도 “살아있는 시간”을 가질게. 천천히 오래 생각하고, 그냥 기뻐할 거리를 찾고. 폴리애나와 너를 생각하면서 다시 퐁, 튀어 오를게.
네 덕분에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었어. 생각해 보니 이것도 기뻐할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