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Knowing someone takes time.
수하야,
북클럽 책을 고르자며 도서관에 함께 찾아갔어. 어린이 고전문학 코너에 섰지. 너는 제법 진지하게 한 권 한 권 훑어보았어.
“이건 짧은 책으로 본 적 있어.”
“이건 엄마 읽는 거 보고 궁금했던 책이야.”
엄마도 모르는 새에 네가 이미 많은 책을 알고 있는 게 신기했어.
잔뜩 대출해서 들고 도서관 카페에 들어갔어. 너는 메뉴판을 한참 보더니 물었어.
“핫초코 먹어도 돼?”
“응.”
“크림 소보루도 먹어도 돼?”
단 것+단 것? 그, 그래. 북클럽할 때는 네가 먹고 싶은 것 먹자.
자리에 앉자 지난주, 첫 북클럽이 기억났어.
“책 어땠어?”
“좋았어.”
너의 대답이 아직 짧았어.
“어떤 부분이 좋았어?”
“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 좋았는데?”
나는 조급했어.
‘책을 함께 읽으면 깊은 대화를 나눌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오늘 생크림 수염 묻은 네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어.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시간이 필요하구나.
책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보다 너와 책에 대한 질문을 던졌어.
“우리가 『작은 아씨들』 을 3주 동안 읽기로 했잖아. 그런데 수하가 엄청 열심히 읽어서 열흘 만에 다 읽었어.”
“열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읽었는지 궁금해.”
“맞아. 태하가 블록으로 만든 성을 무너뜨렸을 때 너무 화가 났어. 추스르려고 계속 책을 읽었어.”
너는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어.
“많이 속상해했는데, 어느 순간 책을 읽고 있더라고.”
“그때 조 생각이 났어. 에이미가 조 원고를 태웠잖아. 그 생각이 나서 책을 더 읽었어.”
아, 책에서 너와 비슷한 일을 겪은 인물을 보며 공감했구나. 그렇게 너와 대화가 시작되었어. 대답이 짧아도 괜찮고, "그냥 좋았어"도 괜찮다고 했어. 우리는 단 것에 기대어 대화를 나눴어. 핫초코가 식을 때까지.
“엄마는 누구를 닮고 싶어?”
네가 묻기 시작했어.
“엄마는 조를 닮고 싶어. 조가 로리가 준 챙 넓은 모자를 썼을 때 메그가 우스꽝스럽다 말렸잖아. 조가 '뭐 어때' 했거든. 그 모습을 닮고 싶어.”
무척 반가워서 수다스럽게 대답했지.
“엄마는 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닮고 싶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하지 마'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
너는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어.
“뒤. '내가 하기로 한 게 있다면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괜찮아' 하는 조의 마음가짐이 멋져. 그걸 닮고 싶어.”
네가 정확히 짚어내서 엄마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엄마는 너와 『작은 아씨들』 1권과 2권을 읽으며 적잖이 놀랐어. 줄거리만 대강 안 채로 이 책을 안다고 생각한 세월이 아주 길었더라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진면모를 많이 발견했어.
예전엔 에이미가 자기만 알고 심술궂다고 느꼈어. 그런데 에이미가 유언장을 쓴 장면에서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더라. 조의 원고를 태운 일을 스스로 오랫동안 미안해 했지. 에이미는 2권에서 야무지면서도 다정한 아가씨로 성장해나가.
조도 그래. 1권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어. 스스로 불편해하면서도 말이지. 2권에서는 점점 성숙해지면서 열매를 맺었어. 조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지 않았어. 사랑하는 가족들이 읽을 진실한 글을 썼지. 오히려 사람들은 열광했어.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었거든.
작은 아씨들 마지막 주에 우리가 나눈 대화가 오래 기억에 남아. 네가 마지막 챕터 <결실의 계절>이 행복하게 끝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어.
“작은 아씨들 1권도 읽고, 2권도 읽고 나서 행복하게 끝난 게 가장 기억에 남는구나. 행복이 뭘까? 책에서 나온 것도 괜찮고, 네가 생각한 것도 괜찮아.”
너는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어.
“행복? 책에 나오는 자매들은 편안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잘 맞는 환경에서 편안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행복이야.”
나는 놀랐어. 열 살이 행복을 정의하다니. 내가 너를 안다고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10년이야. 그런데 함께 책을 읽으며 너의 진면모도 새롭게 발견하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긴 책을 읽나봐. 삶은 길기 때문에 삶처럼 긴 책을 읽을 때 비로소 하나 둘 이해되는 부분들이 피어나거든. 우리는 사랑스러운 부분을 더 찾아내고 싶어서 긴 책을 집어들고, 서로의 얘기에 오래 귀기울이나봐.
서로 편안하게 해주면서 사랑하며 지내고, 오래 함께 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 이 행복이 우리 삶에도 계속 흐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