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의 삶

by 노정희

<ai생성 이미지, 맘에 안 들지만 ㅜㅜ>


요즘 나이가 들면서 남편과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잠을 잔다. 풋풋했던 신혼 때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숙면을 위해 잠자리를 따로 쓴다. 남편은 침대에서 자고, 나는 늦게까지 넷플릭스나 tv를 보기 때문에 거실에서 잠을 잔다. 며칠 전 토퍼를 샀는데, 나름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토퍼를 개고, 그 위에 덮던 극세사 요를 갠다. 쿠션에 붙은 머리카락은 돌돌이로 한 번씩 문질문질한다.


​또, 요즘 나는 청소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저렴한 무선 청소기를 쓰다가 배터리가 약해져 청소 효과가 떨어지고 고장 나 버린 후, 유선 청소기를 샀는데, 코드를 꼽는 게 세상 귀찮다. 그래서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쓰레비'라는 신종 빗자루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코드를 꼽는 것보다 훨씬 귀찮은데, 이건 또 재미있다. 방마다 빗자루질을 하고, 먼지와 머리카락을 잘 모아서 쓰레받기에 받는 과정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다만, 빗자루로 해결이 안 되는 날리는 먼지는 분무기가 부착된 밀대걸레를 사용한다.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리며 걸레질을 하면 먼지가 또 돌돌 말려 뭉쳐진다. 이것을 다시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무한 굴레다.

​코드를 꼽는 게 귀찮아서 선택한 나의 청소 방식은 청소기를 쓸 때보다 훨씬 노동의 종류가 많아지는데도, 은근히 재미있다.


​우리 집은 20평대 구축 아파트라 건조기를 넣을 곳이 없기도 하지만, 나는 자연 건조를 하는 게 더 좋아 베란다에 빨래를 넌다. 좋아하는 유튜브를 들으면서 빨래를 착착 털어 너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지 않다. ​겨울철이라 굳이 수건을 삶을 필요는 없는데도, 굳이 삶고 따로 세탁한다. 삶은 수건의 촉감이 좋아서 그런지 이것 또한 귀찮거나 힘들지 않다. 이상하다.


​물도 굳이 끓여 마신다. 그 흔한 정수기를 써본 적이 없다. 옥수수알을 사서 철망에 넣어 끓이는 과정이 별로 수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에는 생수를 마셨는데, 재활용 쓰레기봉투가 집채만 하게 커지는 모습을 본 후, 그것을 치우는 게 더 귀찮게 느껴졌고, 지구에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미세 플라스틱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생수가 뭔가 찝찝하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꼭 어렸을 적 살림하는 방식과 점점 닮아가는 느낌이다. 좀 더 재래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글을 쓰고 퇴고를 할 때는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는다.

​그냥 내 마음대로의 삶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설집 <땀 흘리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