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땀 흘리는 소설>

괜찮으신가요?

by 노정희


며칠 동안 계속 무거운 주제의 글만 썼더니, 이제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침 읽어버린 책이 너무나 무겁다.

​책은 구병모, 장강명, 김애란 등 작가들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 <땀 흘리는 소설>이다.

​그중에서도 구병모 작가님의 <어디까지를 묻다>를 읽고 마음이 저릿하다.

이 단편은 한 고객센터 직원이 택시를 타고 가며 하소연하듯 쏟아내는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우리는 고객센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전화를 한다. 항의하거나, 서비스를 문의하거나, 중단 요청을 하거나 하는 등 많은 이유가 있다. 우리는 고객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지만, 그들은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이유로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푼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요즘은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친절한 응대를 하다 보니 고객과 센터 직원 사이에 무의식적인 갑을 관계가 생겨버린다.

​고객은 갑의 위치에서, 자신이 어디에선가 받은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을'인 고객센터 직원에게 마구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소설 속 직원은 아침부터 콜을 받아 세상에 있는 온갖 욕설을 다 듣는다.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보듬을 시간도 없이 또 다른 콜을 받고, 또다시 저열한 욕을 듣는다. 10분 중 9분은 욕을 듣는 '욕받이' 역할을 하고, 1분은 요청받은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대목을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백화점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일하는 곳에서 손님에게 말도 안 되는 갑질을 당하고, 그 스트레스를 또 다른 '을'에게 푸는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것 같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돌고 도는 악순환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는 과정이 너무나 무참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잖은 고객이 그 센터 직원에게 "괜찮으신가요?"라고 별 의미 없이 질문을 던졌다. 항상 욕을 먹는 것이 관성이 되어 마음의 생채기가 나고 쓰라린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그 한마디에 직원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무너져버린다.


​이 소설을 읽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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