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by 신어진
울보 형아
나는 10살이고 14살 형이 있습니다. 형은 무지 똑똑하고 착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주고 매일 숨바꼭질을 해줍니다. 하지만 형이랑 하는 숨바꼭질은 별로 재밌지 않습니다. 형은 자주 숨는 역할이라는 것을 까먹고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불러 나를 찾으려 합니다. 그래서 숨바꼭질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형은 위험하다고 화를 내며 절대 해주지 않습니다. 위험하면 위험한 거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화를 내면 항상 웁니다. 나보다 형이 더 많이 우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도윤이 같습니다. 도윤이는 수요일마다 엄마랑 같이 가는 모임에 있는 친구입니다. 도윤이는 살짝 뚱뚱하고 게임을 좋아합니다. 나는 그런 도윤이랑 제일 친합니다. 근데 도윤이는 나보다 핸드폰이랑 더 친합니다. 그리고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웁니다. 그게 형 같습니다. 형도 자주 웁니다. 도윤이는 항상 내가 해리포터를 닮았다고 합니다. 해리포터가 누군지 물어보니 마법사라고 합니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고 안경도 안 썼는데 어디가 닮았다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임이 끝나면 항상 형이랑 엄마랑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갑니다. 나는 병원이 제일 싫습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고 의사 선생님은 항상 나에게 오늘 기분이 어떤지 같은 쓸데없는 것만 물어봅니다. 그래도 이상한 질문들이 끝나면 항상 호두랑 사탕을 줍니다. 호두를 많이 먹으면 형처럼 똑똑해질 수 있다면서요. 나는 의사 선생님 방에서 나가면 구석에서 레고를 합니다. 엄마는 절대 어디 가지 말고 형이랑 레고만 하라고 말합니다. 나는 엄마 말을 잘 듣습니다. 레고를 하다 보면 엄마가 옵니다. 엄마 얼굴이 빨간색입니다. 엄마는 방에서 나오면 항상 이렇게 착하면 괜찮을 거라 말합니다. 뭐가 괜찮다는 것일까요?
오늘은 엄마랑 한글을 배웁니다. 열심히 배워서 형처럼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싶습니다. 엄마랑 공부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나는 멸치볶음이 제일 좋습니다. 달달하고 바삭합니다. 엄마는 내가 떡갈비를 좋아했다며 얼굴이 또 빨개집니다. 나는 떡갈비를 좋아한 적이 없는데 오늘따라 엄마가 이상합니다.
밥을 다 먹고 엄마가 산책 가자고 합니다. 공원을 지날 때는 기분이 안 좋은데 좋습니다. 공원에는 다람쥐도 있고 다른 동물들도 있어 좋습니다. 나는 동물이 좋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쁩니다. 나쁘다기보다는 아픕니다. 공원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 친구들은 나를 싫어합니다. 같이 놀자 하면 항상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아픕니다. 엄마는 그런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합니다. 근데 그런 애가 아닌 애는 도윤이밖에 없습니다. 나도 형처럼 친구가 많고 싶습니다. 공원을 가다 보니 표범이 있었습니다. 표범이 신기해서 만졌습니다. 아! 따갑습니다. 표범이 때립니다. 엄마는 얼른 사과드리라고 합니다. 왜 사과하라는 것일까요? 그래도 사과합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무섭습니다. 지금처럼요. 엄마는 지금 무섭습니다. 엄마는 표범을 만지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표범이 무서운 것은 알겠습니다.
산책이 끝나고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갈 때 엄마는 항상 마법을 부립니다. 엄마가 마법의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문이 열리면 자전거가 많은 곳에서 집으로 오게 됩니다. 집에 오니 형이 있습니다. 형이 학교에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나는 형이랑 학교에 같이 가보고 싶습니다. 형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마도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나를 말립니다. 형은 학교가 재미없는 곳이고 하루 종일 의자에만 있어야 하는 지루한 장소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입니다. 그렇게 끔찍한 장소라면 매일 갈 이유가 없습니다. 분명 신나고 재미있는 장소일 것입니다. 또 학교는 항상 남색 옷을 입고 가야 하나 봅니다. 저번에 실수로 남색 옷에 주스를 쏟았는데 다른 옷을 입으면 괜찮을 텐데 나한테 화를 내며 굳이 남색 옷을 입고 갔습니다. 그때 형은 공원에 표범보다 무서웠습니다.
형은 지금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파란 침대입니다. 형은 밤마다 혼자 잠을 잡니다. 형은 귀신이 무섭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귀신이 무서워서 밤마다 엄마랑 같이 잡니다. 형은 저녁 먹기 전까지 항상 자기 방에만 있습니다.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일기도 씁니다. 예전에는 일기에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은 그냥 글만 씁니다.
오늘 저녁은 갈치조림입니다. 형은 학교에서 오늘 갈치조림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맛있었냐고 물으니 엄마가 한 게 더 맛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형보다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고 나는 방에서 레고를 합니다. 형은 자기 예전 일기를 꺼냅니다. 내 나이였을 때의 일기랍니다. 일기를 읽다가 화장실에 갑니다. 형은 일기를 절대 보지 말라고 하지만 궁금합니다. 그래서 형 몰래 보기로 했습니다. 일기 위에는 그림이 있고 아래에는 글자가 있습니다. 아래 글씨는 잘 모르겠어 그림만 봅니다. 그림에는 아이스크림도 있고 다람쥐도 있고 놀이동산도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글씨 쪽에 물방울 자국이 있습니다. 공원에서 두 명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합니다. 키 큰 사람이 밀어 키 작은 사람이 넘어집니다. 머리에서 피가 납니다. 키 큰 사람은 옆에서 웁니다. 구급차가 있습니다. 다음 장에는 병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다음 장부터는 그림이 없고 글만 있습니다. 일기는 재미없습니다. 형이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합니다. 나는 다시 레고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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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올라가는 아들이 쓴 첫 번째 소설입니다.
팔불출 엄마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혼자 보기 좀 아까워서 아이의 동의를 얻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