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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Mar 26. 2022

경기도 자가에 전업주부로 사는 노 여사 절약 이야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읽고


며칠 전 내가 자주 듣는 재테크 유튜브에 한 사연이 올라왔다.

외벌이인데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대략 5억 정도 있고, 매달 이자와 생활비로 월급으로 부족해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문의를 하는 사연이었다.


생활비 중 아이들 교육비로 대략 500만 원의 지출이 매달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밥을 먹으며 듣던 나는 깜짝 놀라 매달 500백만 원? 열심히 움직이던 나의 턱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를 쫑긋 했다.

'와... 매달 500만 원이라니... 힘들겠다. 아마 강남권의 중고등학생 정도 되었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2명이라고 했으니 많이 들긴 해도 뭐 요새 세상이 그러니 그러려니 했다.

사연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나이가 공개되었는데, 첫째가 5살, 둘째가 3살이라고 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놀라 씹고 있던 밥을 꾸울꺽 삼켰다.

'아니, 그 어린애들이 무슨 돈이 그리 많이 들어가나?'

아이 엄마는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위해 매달 100 ~200만 원 정도를 책 구입하는 데 쓰고 있다고 했다. 돈이 많이 들지만 또래보다 똘똘해지는 아이들을 보면 투자를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데 쓰는 것도 아니고 독서에 쓴다니 괜찮다 싶기도 한데, 왠지 한 달에 100~200만 원씩은 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돈 대주는 것도 아니고 다 자기 생긴 데로 사는 거겠지만 한 달에 500만 원을 교육비로 쓴다는 부분이 자꾸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또 같은 엄마로서 이해를 못 할 부분은 아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건데. 자신이 쓰는 용돈은 한 달에 30만 원 정도라고 하니 오롯이 아이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은 도서관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서 책 구입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도서관에 가서 5권씩 책을 빌린다. 

또 여름이 되면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시원한 에이컨을 쐬오전 내내 책을 읽히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구내식당이 있는데, 어른은 5천 원, 미취학 아동은 천오백 원이었다. 직접 키운 채소로 음식을 만드시고 맛도 좋아 종종 아이를 데리고 한 끼 해결하고 올 때가 많았다. 또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방학 프로그램을 했는데 만들기 교실이나 동화구연이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아이가 꽤 커서 같이 도서관 나들이를 한지는 되었다.

요즘은 성인문화강좌에 등록 자동 수도 배우고, 나무 컷팅 프로그램도 배운다. 수업이 끝나고 재미있는 책을 한 두 권씩 빌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우리 동네에는 2주에 한 번씩 옷 아저씨가 오시는 데 재고 브랜드 아동의류를 한 벌에 3~5천 원 정도로 싸게 판매하신다. 가끔 패딩점퍼는 3만 원~4만 원 정도 할 때가 있는데, 눈높이가 낮아져서 그런가 너무 비싸게 느껴져 옷을 들었다 놨다 수십 번 하고 큰 마음을 먹고 사 올 때가 있다. 아저씨 덕분에 10년 동안 우리 아이 옷값 걱정 없이 키울 수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문제집을 사야 할 때가 많았는데, 학원강사 하는 친구가 문제집을 많이 추천해주었다.

사야 할 문제집은 정해졌고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될 때가 있다.

당근 앱, 중고나라, 알리딘 중고장터에서 새책을 저렴하게 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4권이 한 세트인 문제집을 1권만 풀고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나머지는 풀지 않게 되어 아주 헐값에 올라는 문제집이 종종 있다. 나는 그 책들을 노린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긴 한데 새책에 비해 60% 이상은 싸게 사니 그 짓을 안 할 수가 없다.

항상 운이 좋게 헐값의 문제집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고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여러 판매자들 제품 중에 원하는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료를 합해 새책보다 좀 더 저렴하면 구매한다.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들어가 나의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항상 싸게 사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행히 대학시절 영어공부를 많이 해놓은 덕분에 아이 영어공부는 내가 전담으로 시키고 있다. 물론 전문가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겠지만 꾸준함 하나 믿고 아직까지 영어학원에는 보내고 있지 않다.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낸 아이들보다 실력이 떨어질 때를 보면 왠지 불안감이 몰려올 때도 많다. 하지만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을 읽고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아직까지 아이가 나와의 영어공부를 싫어하진 않아 그나마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가끔씩 중고사이트에 기웃거리거나, 산더미처럼 싸인 재고 옷 중에 아이 옷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현타가 온다.

결혼 전에는 명품 가방도 매고 해외여행도 자주 했던 나였는데 이렇게 살고 있다니. 서글픔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중고물품을 사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길이라 혼자 정신승리를 해낸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오른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권'을 단숨에 읽었다.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구의 삶이 맞는 건지 아무도 모른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달 10%의 수익률을 아무 위험 없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귀가 솔깃하다. 알 수만 있다면 당장 하고 싶다.

답은 절약이란다.

나는 그 답을 향해 밀려오는 현타를 참아내며 한 발자국이 걸어 나아간다.





(참고로, 절약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이때, 남편이 이번 달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며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밥하는 것이 귀찮아 외식을 좀 많이 하긴 했다.

이제 가성비 높이는 먹거리 방법에 대하여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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