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은밀한 매력
4월 중순이다.
벚꽃이 활짝 폈다.
꽃구경을 하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요즘처럼 꽃이 잔뜩 피는 계절에는 걷기 할 맛이 난다.
바람도 선선하고 햇빛도 강하지 않으니 지금이 딱이다. 하루에 만보를 목표로 걷는다. 벚꽃, 개나리와 목련이 핀 거리를 걷노라면 힘든 줄도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좀 쌀쌀했던 것도 같은데, 벌써 반팔을 입고 싶을 만큼 더워졌다.
나처럼 꽃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찬다. 벚꽃 나무 아래는 사진을 찍느라 가장 붐빈다.
V자를 하며 연인과 사진을 찍고, 새싹처럼 인생에서 가장 예쁜 아이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엄마들은 연신 핸드폰을 들이댄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고깃집은 고기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모두 신나고 즐거워 보인다.
이제 슬슬 코로나가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우리 가족은 지난 2월 일가족 확진!으로 일가족 확찐자가 되었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토스트와 과일로 대충 먹고 도로 잠을 잔다.
아이는 코로나 확진자의 특권으로 엄마의 잔소리 없이 유튜브를 원 없이 본다. 남편도 코로나에 걸렸으니 그동안 못 잔 잠을 끝도 없이 자고, 나도 코로나에 걸렸으니 크게 아프지는 않으나 괜히 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잠을 잔다. 잠 말고 딱히 할 것이 없기도 하다.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몸은 더 피곤하고, 밤 잠도 자고 낮잠도 자니 머리가 아프다. 잠을 많이 자서 머리가 아픈 것인지 코로나 확진으로 아픈 것인지 아리송하다. 일단 머리가 아프니, 타이레놀 한 알을 꿀꺽 삼킨다. 약의 힘으로 정신을 차리고, 끼니때가 되면 다람쥐처럼 모아놓았던 냉동식품을 냉장고에서 꺼내 굽고 덥혀서 한 끼 때운다.
어쩔 때는 땡기는 건 없는데 음식 하긴 또 싫고 해서 침대에 누워 배달앱을 뒤적거린다.
가족들에게 치킨 시킬까 물어보면 절대 싫다는 법이 없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의 위엄!!
갓 튀겨온 후라이드 치킨은 입맛 없다던 코로나 확찐자의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짭조름하고 기름진 치킨의 마력은 언제나 옳다.
후라이드 치킨이 좀 질릴 때면 콜라 한 잔과 함께 양념치킨으로 손을 뻗는다.
아이는 이미 두 손과 얼굴에 양념 범벅이다. 양념치킨과 물아일체.
나도 옆에서 날개 한 조각을 집어 내 접시에 올려놓는다. 달콤하고 약간 매콤한 양념을 쪽쪽 빨아가며 살을 야물딱지게 발라내어 먹는다.
슬슬 느끼함이 몰려오면 치킨무를 한 개 집어 먹는다.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그 맛.
아직 치킨이 남았지만 그만 손을 놓는다. 현실 자각 타임.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먹고 자기만 반복한 내가 더 이상 먹는 것은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양심껏 손을 내려놓는다.
코로나 확진 기념으로 신청한 네플릭스에서 시리즈물을 물리도록 본다.
영화는 길어야 3시간인데 시리즈물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시리즈물은 영화보다 부담이 덜하다. (이제 그만 봐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다음 날도 할 일이 없으니 봐도 되긴 한다만) 꼭 끝날 때는 다음 편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절단 신공에 굴복해 다음 편을 보게 된다.
격리 종료 후, 그 많은 시리즈와 그 많은 치킨을 일주일 내내 먹고 확찐자의 모습으로 뒤뚱거리며 집 밖을 나서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A whole new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