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탓인지, 괜히 불안할 때가 많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무언가 때문에 갑자기 불안 초조가 생긴다.
예를 들면, 다음 주에 계획한 무언가를 완벽히 하지 못할 까봐 괜히 불안하고, 갑자기 일이 틀어져서 문제가 생길 까봐 불안하고, 내가 뭔가 실수해서 욕을 먹을 까봐 불안하다. 한두 번 해본 일들이 아닌데, 최근 들어 부쩍 불안하다.
완벽주의 잔소리쟁이와 살다 생긴 병이라고 괜히 원망을 하고 싶다. 아마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 나이 탓도 있겠다. 요즘 들어 안정액 광고가 눈에 띄는데, 불안과 초조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가 세례를 받은 이후로, 날라리 천주교 신자였던 나는 반강제적으로 주말마다 성당 미사에 가고 있다. 대단한 믿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시간 동안 편안한 분위기 안에서 좋은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
지난주 강론으로 미사 시간에 들은 이야기다.
천주교 미사에서는 "평화를 빕니다."라고 옆 사람들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시간 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 말을 할 때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된 후, 손바닥을 맞대어 겹친 후 밀어내는 동작을 하신단다. 그 동작의 의미는 머릿속의 생각을 버리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머릿속에 수많은 잡념, 상념, 부정적인 모든 것을 버리라고 서로에게 말하여 주는 시간.
진정한 평화를 빌어주는 게 아닐까...
가슴에 와닿는다.
머릿속에 있는 쓸데없는 것들을 종량제 봉투에 꽁꽁 싸매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반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 그 안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나라의 복지 사각지대에도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겨우 호르몬의 작용으로 느끼는 최근의 불안과 초조가 너무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나는 너무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맨날 까먹는다. 쩝...
우리 모두에게 가슴 위로 손을 모아 조용히, "평화를 빕니다."라고 빌어본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