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2

이젠 좀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

by 노정희

우리 사회에는 많은 김 부장이 있다.

<경쟁>

남보다 앞서야만 이 사회에서 존재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도 김 부장은 어렸을 적부터 가족 내에서 형과의 경쟁을 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경쟁이 있어서는 안 될 가족 내에서마저 경쟁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는 대학 간 서열이 존재하고, 최고의 학교에 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무차별적인 과잉 교육에 노출되는 점이 너무 속상하다. 이웃집 아이보다 빨리 한글을 떼야하고, 이웃집 아이보다 빨리 선행 학습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쟁에서 밀리면 사회에서는 낙오자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공교육(초등, 중등)에서는 표면적으로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입시가 있는 한 고등교육현장에서 경쟁을 몰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라 생각한다.

​이런 경쟁 교육에 노출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 또 다른 경쟁을 하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의 미덕이라고 가르친다. 드라마 속 김 부장도 그 경쟁이 싫지 않았고, 평생 경쟁 속에서 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또 아들 수겸이에게도 재수를 강요하고, 가능하면 더 좋은 대학을 가라고 충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경쟁이 내면화되어 거의 종교나 신념이 되는 모습이다.

남보다 좋은 직장, 높은 연봉만이 최선이 된 시대를 조명하는 드라마가 그저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참 서글프다.


<불안>

​드라마 속 정대리는 명품 가방을 가지고 회사에 출근한다. 김 부장은 자기보다 낮은 직급의 사람이 자기보다 비싼 가방을 들 수 있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가방의 품질이나 디자인, 혹은 그 가방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오로지 정대리보다 비싼 가방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비싼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자신의 힘을 재확인하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불안이 높으면 통제 욕구가 높아진다고 한다. 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자신을 위협 또는 공격할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불안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경쟁 사회 속에서 잔뜩 높아진 불안을 김 부장은 자신의 경제적 힘을 재확인함으로써 통제력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세상에 많은 안쓰러운 김 부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처럼 오로지 남의 욕망을 욕망하고, 내면화된 경쟁 안에서 공허한 경쟁과 자기 과시만 하는 많은 김 부장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으니 이런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교육 시스템을 답습한 우리네 교육과 빠른 경제성장 속에서 무조건적인 경쟁만이 최고인 것으로 가스라이팅당한 우리네 많은 김 부장들. 자신을 갉아먹는 남과의 비교를 버리고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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