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내가 이름을 붙인 <조찬정식>을 대령한다. 바나나, 삶은 계란, 요구르트, 블루베리, 빵. 매일 똑같은 이 메뉴가 한 세트다. 뭔가 대접받는 느낌을 내주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미리 준비해 둔 조찬정식을 5초 만에 후딱 식탁 위에 차려낸 후,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다시 잠을 청한다. 하지만 갱년기가 다가와서일까, 한 번 깨면 잠이 다시 오지 않는 날이 많다. 아침부터 침침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다. 네이버 메인 뉴스를 훑고 나면, 유튜브 쇼츠의 유혹이 시작된다. 쇼츠를 한 번 켜면 한 시간이 '순삭'이다. 한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는 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이걸 왜 매일 들여다볼까.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8시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깨운다. "굿모닝, 베이뷔!" 한껏 느끼하고 애정을 듬뿍 담은 목소리로 인사하지만,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사춘길 아들은 저벅저벅 화장실로 향한다. 아침마다 쪼르르 달려와 뽀뽀하고 꼭 안아주던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아이에게는 남편의 조찬정식이 통하지 않는다. 아들은 대체로 '밥을 원한다. 반찬이 없어도 좋으니, 아침은 무조건 밥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급하게 계란 프라이를 부쳐 밥 위에 올리고 간장과 챔~기름을 쓱 뿌려준다. 어느 날은 유부초밥, 또 어느 날은 계란죽을 해주기도 한다.
꾸물거리는 아이는 결국 차려놓은 아침밥을 못 먹고 허겁지겁 학교에 뛰어가는 날이 잦다. 웬만하면 탄수화물 아침식사를 피하려는 나지만, 남은 밥은 결국 내 몫이다. 오늘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다.
아침 준비를 하면서 <뉴스 공장'>을 틀어 놓는다. 요즘은 12.3 당시 국회로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던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가 남긴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그들의 사연을 듣는다. 밥을 먹는 건지, 눈물을 먹는 건지, 콧물을 먹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눈물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눈물범벅에도 웃는다. 그리고 그들이 있어 이렇게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다며 마음속으로 감사인사를 한다.
나는 용기가 없어 항상 뒤에서 감사만 할 뿐이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