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맛

by 소혜


여름의 맛. 시큼한 레몬 파운드를 먹다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이게 여름의 맛이라고 당신이 그랬던가. 나에게 여름은 상해서 물러지기 쉬운 계절일 뿐인데. 그래도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한 조각의 여름이 입안 가득 달콤하게 퍼졌다.


어느 여름은 당신을 향한 마음이 도드라졌고, 그걸 감추려 애썼다. 닮은 듯 비스듬히 다른 서로를 품에 안고, 같은 신발을 신고 걷다가 눈이 마주치면 덜컥 입을 맞춰버리는, 그런 순간은 당신과 나 사이에 이제 없으니까. 그래도 만약 지금과 다른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더라면, 그래서 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런 덧없는 상상을 머금고 커버린 마음은 늘 축축하고 무겁기만 했다.


어느 날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여름밤의 문제점은 누군가와 밤새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는 거. 그걸 보자마자 당신 생각이 났다. 그게 당신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하고. 그저 푸른 잔디밭에 누워 당신과 밤새 이야기하고 싶었다. 산울림과 빛과 소금, 유재하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여름은 정말 낭만적인 계절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내가 있기를 바랐다. 여름을 사랑하는 당신은 분명 그렇게 말했을 테니까.


그러다 밤공기가 차졌고 세상은 조금씩 누렇게 바래갔다. 모든 것이 갈변하는 계절이었다. 먹다 남은 사과처럼 당신을 향한 내 마음도 조금은 바래졌으면 했다. 아마 그 해 가을에는 사과파이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추운 계절에 레몬 파운드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여름의 맛은 여름에 어울린다.


어느 여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를 뚫고 끝내 차오르던 마음이 있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도 당신의 목소리는 질리지가 않았다. 여름의 끝자락, 자꾸 생각나던 시큼하고 달달한 레몬 파운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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