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나무 쉼터에 오세요

by 소혜


설익은 햇살이 초록과 함께 방 안에 밀려들 것 같던 아침이었다.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는데, 엄마에게서 메시지 한 통이 왔다.


사진 속에는 지난봄 우리가 함께 심은 체리나무에 새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작고 여린 가지에서 쉬는 더 작은 생명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끔 이렇게 시선을 조금만 오래 두면 투명한 구슬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지난겨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낡은 우체통이 그랬고, 이번 여름엔 체리나무에 앉은 새가 그랬다.


내가 심은 생명이 또 다른 생명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심고 가꾸는 것은 결국 세상의 더 많은 존재들과 조용히 연결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열매가 맺히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이 앙상한 나뭇가지가 몰래 온 손님의 안식처가 되어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 조그만 것도 나무라고 앉아서 쉬어가 주다니.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아 보여도 이 손님에게는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쉼터인가 보다. 어쩌면 내가 어릴 때 찾던 동네 놀이터의 그네 같은 존재일까? 모래알만큼이나 내가 묻어 놓은 나만의 비밀들이 많던 곳.


앞으로 가지가 더 튼튼해지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이름 모를 작은 손님도 오래오래 비밀을 묻으러 오기를.




체리나무에 새가 앉으면 여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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