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같은 것이라도

by 소혜


그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더 생생해지고, 말이 끊이지 않으며, 낯선 자리를 거리낌 없이 탐험한다. 같이 있으면 꽤 즐겁기도, 약간 피곤하기도 하다.


반면 나는 어딜 가든 구석 자리를 찾는 쪽이다.

소란스럽지 않고, 시선이 잘 머물지 않는 곳이 편하다.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때면 내가 나를 자꾸 의식하게 된다. 가끔은 생각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빌려 온 고양이같이 쭈뼛거리며 금세 집에 가고 싶어진다.


한때는 성향이 다르면 서로 다른 주파수처럼 잡음이 생겨 포개지기 어렵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차피 친한 사이는 될 수 없을 거라 믿으며 조용히 선을 긋기도 했다. 이는, ‘저건 분명 떫은 감일 거야.‘라고 단정 지었던 나의 섣부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미처 알아보지 못한 달디단 인연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알면서도 두려웠던 것 같다. 나와 다른 타인과 마음을 나누려면 부지런히 다정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쓸 용기가 부족했다. 마음을 나눈다는 건 슬픔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은 어떤 마음도 가볍게 쓰지 못한다.


하지만 꼭 포개지지 않아도, 서로 충돌하지 않는 거리에서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아마도, 늘 부담스럽지 않게 먼저 손을 내밀고 무심한 듯 다정히 안부를 건네던 그 덕분일 것이다.

떠들썩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는 나에게 조용한 카페에 함께 가자 하고, 나는 그를 위해 소음 속에서 소주잔에 사이다를 채운다. 우리는 술이든 커피든, 소란 속이든 고요 속이든, 마주 앉아 진심을 꺼내고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나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어느 겨울 함께 먹었던 오뎅탕과 소주는 가끔 생각난다. 이번 겨울에는 내가 먼저 함께 먹자고 해야겠다. 물론 나의 잔에는 찰랑이는 소주보다 보글거리는 사이다가 채워지는 횟수가 훨씬 많겠지만.


사랑은 상대를 이해한다기보단 다름을 이해하는 행위에 가까운 것 같다. 맞지 않는 열쇠를 억지로 돌리면 자물쇠에 흠집만 날뿐이다. 서로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 이해와 다정함이 필요하다. 편견을 한 스푼 덜고 초점을 상대에게 맞추면, 어느새 단단한 자물쇠 대신 가벼운 술잔 하나가 상대방과 나 사이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세계는 여전히 내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달의 뒷면처럼 느껴진다. 그는 여름과 술과 사람을, 나는 겨울과 커피와 혼자를 좋아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사이에 서로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슬프다. 하지만 우리는 인연이 닿는 한, 그 세계의 경계에서 나란히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술잔 앞에 놓여 있던 오뎅탕처럼 한결 따끈해진 마음으로 각자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빌려 온 고양이 같이: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드는 데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아니한 채 혼자 덤덤히 있는 경우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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