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겨울보다 여름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살갗이 시리고 어깨가 움츠러드는 겨울의 감각은 그들에게 불편한 손님이나 마찬가지다. 추위를 많이 타고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일명 ‘여름꾼들‘ 사이에서 나는 대쪽 같은 겨울꾼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했다.
겨울엔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다는 나의 이야기는 여름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 말이 좋아서 누군가의 생일 편지에도 여러 번 적은 기억이 난다. 군고구마, 핫팩, 목도리, 장갑, 크리스마스 무드등과 오르골까지. 나는 겨울에 태어난 이들에게 선물을 줄 때가 제일 좋다. 트리와 루돌프가 그려진 편지에는 적고 싶은 말들이 녹지 않는 눈송이처럼 종이 위에 소복이 쌓인다. 복작복작하고 따뜻한 실내에서 그것을 받아드는 이의 환한 미소를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진다.
이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내가 여름 이야기를 많이 쓸 수 있었던 건 나의 여름꾼들 덕분이다. 그들은 한낮의 열기가 부담스러워 자꾸만 그늘로 숨고 싶던 나를 멀리 데려갔다. 차갑고 달콤한 빙수의 세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포말처럼 흩어지던 바다로, 때로는 이국의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치 ‘봐, 모든 것이 반짝이고 살아 있지?‘ 라며 여름내 구겨져 있을 나의 미간을 곧게 펴주는 듯했다. 어쩌면 여름꾼들은 나 같은 겨울꾼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여름꾼들의 여름 이야기는 나에게 영감이 된다. 그들은 햇빛에 그을린 피부를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금세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보따리를 활짝 풀어놓는다. 환한 빛 아래 마음의 진폭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의 얼굴은 유독 말갛고 투명해 보인다. 겨울이 오면 지금처럼 생기 있는 얼굴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기분도 든다. 내가 겨울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들도 머지않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름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여름은 상하기 쉬운 계절이라 마음도 물러지는 것 같다는 나의 속내는, 여름꾼들의 이야기보따리 앞에서 잠시 숨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