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 그대만이 아네

by 소혜


엄마는 가끔 내 방 화병에 꽃을 꽂아두고 간다.

우렁각시가 아닌 꽃각시인가?

귀여운 꽃각시의 주요 활동 시간은 내가 잠들어 있는 오전이며, 간격은 대중없다.

이번 선물은 분홍 장미였다. 침대에서 책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구조라 잠에서 깨자마자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하고 말았다. 엄마는 내가 알아차릴 때까지 조금의 생색도 내지 않고 잠들어 있을 때마다 화병에 물을 갈아 주었다.

이런 조용한 섬세함이 내가 엄마를 닮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번번이 화분을 죽여버리는 나에게 ‘사랑이 부족해서 그래 ‘라며 부드럽게 핀잔을 주던 다정함도.

화병에 물과 얼음을 함께 넣으면 생명력이 오래간다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마치 물을 준 꽃처럼 사랑스럽다.

덕분에 나의 분홍 장미는 열흘 가까이 싱그럽게 활짝 웃고 있다.

울적한 날에 엄마가 두고 간 꽃을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이렇게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에 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보기만 해도 예쁜데 생명력까지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곁에 두면 금세 시들어서 오래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제철을 맞아 싱그러움이 절정에 이른 장미를 보고 있으니 문득 그동안 나에게 꽃을 건넸던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 손을 등 뒤로 감춘 채 쭈뼛거리며 나를 기다리던 누군가의 머뭇거림, 투명한 마음으로 기쁜 일을 축하해 주던 사람들의 환한 미소.

그중엔 더 이상 나와 인연이 아닌 사람도, 지금도 부족한 나에게 힘이 되어주며 찬란한 시절을 밝혀주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 끝난 이들의 얼굴이 흐릿해져 가는 것은 퍽 슬픈 일이지만, 내가 그때 받은 것은 그 시절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이었으며, 이는 나를 고운 결로 피어나게 해주었다는 것을 안다.

꽃을 선물하는 것은 지금 나에게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일이니까.



귀여운 꽃각시가 다음엔 어떤 꽃을 두고 갈지 궁금해진다.

옅은 분홍 장미 꽃말: ‘나의 마음 그대만이 아네’, 연민, 온화함, 다정함,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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