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성큼 다가선 어느 날에는 낙화를 주워 왔다. 아직 여름의 빛깔이 남아 있는 내 방 창문 너머의 풍경에서는 볼 수 없던 것. 흠집 하나 없이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있는 능소화가 여름의 끝자락을 알려주고 있었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흩날리며 작별을 고하던 봄과 달리 꽃송이째 무겁게 툭, 떨어진 여름의 이별이 왠지 덧없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는 것까지가 꽃과 사랑과 삶의 운명이라면 불투명한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뜨거웠던 날들을 뒤로한 채 미련 없이 떨어지는 꽃처럼, 불가해한 것들 투성이인 세상에서 서러운 얼룩 대신 옅은 향기를 남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