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 Burden

무너뜨리다가도 일으켜 세우는

by 지그시

나를 무너뜨리다가도

일으켜 세운다.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자신의 무게를 내어 준다.


등에 기댄만큼

눈 앞에 있는 언덕을 오르도록 하는,

차가운 바람도 뜨거운 햇빛도

견디도록 하는 무엇이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언젠가 그것이 벗겨졌을 때

붙잡을 수 없도록 멀어졌을 때


허리를 똑바로 펴고

홀로 걸어나가는 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인가.


홀로 걸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나날이 있긴 했을까.


제자리에 멈춰

어깨에 멘 짐을 똑바로 메며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도록 허리를 폈다.

그 무게가 나아가게 해준 거리는

선명해지길.

그만큼 그 무게가 준 고통은

희미해지길.


우리의 끝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

무게에 가려진 희미한 온기를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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