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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Nov 22. 2022

[뮤지컬] 브론테: 우린 글쓰기에 미친 인간들

샬럿, 에밀리, 앤 _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

출처: 뮤지컬 '브론테' 공식 인스타그램
공연장: 대학로 자유극장
공연 기간: 2022.09.03 - 2022.11.06.
주최: 네버엔딩플레이
러닝타임: 90분 (인터미션 없음)


 브론테는 글쓰기에 미친 세 자매, 샬럿-에밀리-앤 브론테의 이야기이다. 샬럿과 에밀리는 우리가 명작 고전으로 익히 알고 있는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의 작가이기도 하다. 황량한 요크셔에서 서로에게, 그리고 글에 의지하여 살았던 세 자매는 각자 자신의 대표작 하나씩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뮤지컬 <브론테>는 이러한 세 브론테의 실제 삶을 음악과 이야기에 담아냈다.


글쓰기에 미친 인간들

심장을 관통한 화살
죽일 듯 황홀한 환상
자유와 탈주
욕망과 해방
우린 글쓰기에 미친 인간들


출처: 브론테 공식 인스타그램

 세 자매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채,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조력자이자 신랄한 비평가였다. 서로의 글을 좋아하다가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건설적인 비판을 내뱉는. 그런 세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샬럿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만 비교하더라도 두 소설은 매우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는데, 한 가족 내에서도 이렇게나 다른 결의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뮤지컬을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며 조금이나마 그 다양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022년 11월 4일 저녁 공연, 이봄소리-이아름솔-이아진

매력적인 음악

 소극장을 꽉 채우는 4인조 오케스트라의 음악 소리와 에너지 가득한 세 배우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음악들이 매우 좋았다. 특히 세 자매가 열정적으로 글을 쓰며 부르는 ‘써 내려가’와 세 자매를 새로운 국면으로 향하게 하는 시작인 ‘이상한 편지’에서 배우들의 에너지가 꽉 차게 느껴졌다.

‘써 내려가’

넌 내가 꾸지 않은 꿈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넌 모든 사랑
나의 글
오지 않은 내일

‘이상한 편지’

너는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
비난이 쏟아져도 멈추지 마
시간이 흐르면 너의 글은
더욱더 빛나게 될 거야

새로운 이야기

 어릴 때 한 번쯤은 꼭 들어봤다는 ‘제인 에어’, 그리고 ‘폭풍의 언덕’. 두 책의 작가가 자매였다는 사실도 몰랐던 내게 이 뮤지컬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인물이 아니기에 배경지식이 없기도 했고, 그들이 삶이 지나치게 안타까웠다는 것도 나에겐 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브론테 자매의 삶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느낌은 뭐랄까 자신을 불태워 예술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출처: 인터파크 티켓

 12월엔 뮤지컬 <브론테>의 주인공이었던 브론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또 다른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개막한다. 이 공연은 <브론테>와 달리 브론테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락 뮤지컬의 형식이며, 창작이 아닌 라이센스다. 같은 소재로 얼마나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기대가 된다.


새로운 만큼 생소했던 브론테의 삶

 처음 듣는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는 건 한편으로는 이해하기에 익숙지 않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개인적으로 브론테 자매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고,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시대상, 영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은 내게 새로움보다는 생소함을 안겼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이 점이 아쉬웠다. 공연이 끝난 후, 브론테 자매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야 공연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을 차츰차츰 이해할 수 있었다.

 더하여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도 아닌 세 사람, 브론테 자매의 삶을 펼쳐내다 보니 전개가 다소 빠른 느낌도 들었다. 치열했던 그들의 삶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것은 좋으나, 조금만 더 그들의 삶을 찬찬히 돌아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론테의 삶은 경이로웠다. 결국 그 자신이 되었던 세 자매의 이야기는 내게 복잡한 감정을 들게 했다. 어떤 고난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 내려갔던 세 자매, 브론테의 이야기. 브론테는 그렇게 <브론테>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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