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싱가포르.
<Prologue>
첫 해외여행의 설렘!
여러분의 첫 해외여행지는 어디였나요?
그곳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있나요?
여행을 시작하며...
이때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갈 뻔한 적은 많았으나, 학업 상의 이유, 그리고 여러 일정 상의 이유로, 23살이 되기까지 해외여행은 이루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한국 이외의 곳은 어떨까, 머릿속으로만 그리며 자랐습니다.
저희 가족은 여행을 좋아해, 국내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해외여행은 일이 바쁘시던 부모님께는 다소 부담이었고, 그럴수록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장면장면 남아있는데요.
저의 9살 생일 기념 여행에서는, 속초 앞바다에서 동생과 함께 직접 건져 온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콘도에서 간단히 끓인 것이어서 맛이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제 인생 첫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의 부모님과도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다녀왔습니다. 전공도 같고, 오랜 기간 서로를 알아 온 친구였습니다. 함께 여행을 갈 목적으로 스무 살 때부터 차곡차곡 돈을 모아, 경비를 마련했습니다.
여행지를 결정하며, 겨울이었기에 휴양지(동남아시아)로의 여행을 생각했습니다. 보라카이, 세부, 코타키나발루 등의 여행지도 고려해 보았으나, 저희는 아직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았기에 '치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로 결정했습니다.
여행은 3박 5일 일정이었고, 다섯째 날 새벽 3시 비행기로 돌아왔습니다.
그리하여, 총 4일의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첫째 날
오후 7시가 다 된 시각, 싱가포르 쥬얼창이 공항(Jewel Changi)에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대륙에 첫 발을 내디뎠던 설렘을 잊지 못합니다.
공항은 여행객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이기에, 그 나라의 첫인상입니다. 한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가치관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얼굴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지마다 그 모습이 다르고, 특히 훅 풍겨오는 냄새가 다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냄새를 가-득 마셨습니다. 그리고, 쥬얼창이에 도착해서 싱가포르 공항의 새로운 냄새를 들이마셔 보았습니다. 향수를 뿌린 것처럼 짙고 이국적인 냄새가 났고, 공항 바닥에 깔린 카펫 또한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공항은 대리석 느낌, 그리고 하얗고 회색으로 칠해진 세련된 느낌입니다.
싱가포르 공항은 카펫 느낌, 그리고 노랗고 갈색으로 칠해져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공항 분위기마저 새롭게 느껴지는, 저는 초보 여행자입니다.
입국심사를 마친 후, 공항에서 조금 헤맸습니다. 트래블월렛으로 환전해 둔 현금을 공항 ATM에서 찾을 계획이었기에, ATM을 찾아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유심과 교통카드를 구입하여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었기에, 입국 수속이 끝나자마자 ATM과 통신사를 찾아 공항에서의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로써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 위에서 아래로 낙하하며 장관을 이루던 쥬얼창이 공항이 기억납니다만...
첫날은 그것보다는 숙소에 가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사진만 간단히 찍고, 열심히 캐리어를 끌어, 지하철로 향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첫인상은... '덥다'였습니다.
한겨울을 지내던 2월의 한국과 달리, 습하고 더운 공기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2월에 더운 적은 또 처음이네!'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한국은 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혜화를 지나, 창경궁과 창덕궁을 차례로 거쳐 경복궁에 다다르면, 도심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산세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도심과 산의 조화, 옛 궁궐과 멋들어진 배경"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매력은 바로 이것입니다.
만약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을 소개한다면, 바로 이 매력을 소개할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해 처음 느낀 매력은 '건물'과 '빛'이었습니다. (밤에 도착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정돈된 도로와 신호등, 넝쿨을 휘감고 있는 건물, 각자의 색을 뽐내는 건물. 제 눈앞에 보이는 건 신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나름 IT강국이지만, 여기는 무엇인가 기술적으로 더욱 고도화된 도시로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 30년 뒤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을 그렸더랬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들의 그림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단골 주인공이었습니다.
2040년 정도에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것 같았습니다.
만약, 모든 이해관계가 어떻게 다 맞아서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배경은 바로 싱가포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처음 만난 싱가포르, 그곳이 배경이라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당장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호텔 체크인 후,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숙소와 가까운 사테거리(Lau Pa Sat)로 향했습니다.
여의도와 종로 거리의 야장을 생각해 보세요.
사테거리는 그것이 합쳐져 있습니다!
멋있고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데, 그 사이에 빠알간 야장 식탁을 펴고 꼬치를 먹습니다.
바쁘고 화려한 삶 속에서 여유와 낭만을 즐길 법한 곳입니다.
여행객만 오는 곳인지, 현지인도 많이 오는 곳인지 잘 모르겠으나, 직원 분들이 한국어로 말을 거시는 것으로 보아, 여행객이 많이 오는 것은 확실하겠네요.
간단히 배를 채우고 지도를 켜,
'마리나베이' 쪽으로 무작정 걸어보았습니다.
첫날이었기에, 싱가포르의 상징과도 같은 '마리나베이' 야경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작은 공원과 함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팟을 발견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상징과도 같은 마리나베이, 밤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걷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습하지만 부드러워 쾌적했던 밤바람,
한국의 밤바람과는... 일단 냄새부터 달랐습니다.
둘째 날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날씨 몬스터'로 불립니다. 일기예보가 맑다가도, 저와 약속을 잡으면, 여행 계획을 세우면, 일정을 따라 먹구름을 몰고 다닙니다.
분명히 아침에 숙소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저와 일정을 따라오시며 날씨의 흐름을 보시겠습니다...
둘째 날은 센토사 섬(Sentosa)으로 향하는 날입니다. 밖에 나왔는데... 이상하게 구름이 많아집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Singapore)에 도착하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네요.
놀이기구를 두 개 정도 탔을 무렵, 저를 따라온 무거운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오고, 비가 쏟아졌습니다.
놀이기구를 더 타기는 어려워져, 기념품샵을 둘러보기도 하고, 실내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는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쉽지만 시원한 기분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즐겼습니다.
저는 비를 맞지 않으려 꽁꽁 싸매고, 웅덩이를 피해 다녔습니다.
그런데, 거센 비를 온전히 그대로 맞으며 서 있는 분을 발견했습니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여행 중 만나는 비는 기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빗속에서도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계시는 분을 보니,
여행 중 만나는 비는,
오히려 더 깊은 추억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센토사섬에서의 맛있고 멋있는 저녁 식사를 위해 실로소 비치(Siloso Beach) 부근의 식당을 예약해 두었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발걸음을 돌려, 트램을 타고 실로소 비치로 향했습니다.
피자를 먹고 샴페인을 마시며...
아니, 낭만을 먹고 노을을 마시며...
싱가포르에서의 두 번째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1~2일 차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정리한 표를 공유합니다.
NEXT_
다음 주 수요일에는
<싱가포르; 첫 이야기(2)>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