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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서

2023년 겨울, 일본.

by 방랑자 환상곡
이번 화는 <일본; 교토에서>입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셋째 날

아침 일찍, 오사카에서 교토로 향해 길을 나섭니다.


오사카-교토-도쿄 일정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동선 상 편리함, 항공권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쿄에 도착했을 때 “일본의 도시!”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도쿄 이야기에서 펼쳐지겠지만 말입니다.


도쿄로 넘어가기 전, 오사카와 가까운 교토를 방문해 일본의 시골 정취, 시골 내음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교토에 도착해,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곳곳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오사카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일본의 일상 속 이야기가 모두 묻어 있는 듯한 도시였습니다. 그것이 피부로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에 더불어, 관광지 중심의 여행이 아닌,

일본인의 삶에 조금 더 깊숙하게 침투하는 여행이 되는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이 자리했습니다.

(물론, 교토도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이지만요.)


언덕을 올라, 청수사에 도착했습니다.


관광지 구경은 사람 구경과 맞먹지요.

그 또한 여행의 일부입니다.

어떤 옷을 입고, 누구와 여행을 즐기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여행지를 가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여행의 일부’라고 하면 너무나도 여러 가지의 것들이 있겠습니다.


여행을 즐기는 것은 여행지 그 자체,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을 더욱 충실히 즐기는 것이겠지요.


일본 여행에서 그것들을 배워 갑니다.

여행에서는 ’부가적인 것들‘조차 행복하고 재밌다는 것을요. 일상도 여행처럼, 일어나는 일들에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요.




청수사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교토의 정취에 딱 맞는 숙소일 것 같아 예약했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이날 밤

포근한 이불에 누워, 친구와 함께 하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약하지만, 잠재력을 품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나이길 바랐습니다.


오후 시간엔 교토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만큼 카페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커피 값이 조금 더 비싼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어마어마합니다.

근데, 데이터 상으로 볼 때 일본의 커피 소비량이 훨씬 많습니다.

일본인들은 대체 어디서 커피를 마시는 것입니까? 집에서 마시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카페‘는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한 곳만이 아닙니다.

이야기하는 교제의 공간, 혹은 공부나 업무를 하는 공간.

혼자만의 독서를 위한 공간, 강아지와 함께 즐기기 위한 공간.

맛있는 디저트를 위한 공간, 혹은 끼니를 위한 공간까지.

카페를 찾는 한국인의 목적은 각양각색입니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카페가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의 카페는 단지 식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문화 공간이죠.




넷째 날

교토에서의 두 번째 날,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며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시내 곳곳을 둘러보며 마지막 하루를 열심히 담아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우비를 사 입고, 금각사로 향합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 합니다.

그러나 부슬비는 큰 불편함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낭만적이더군요.


제가 여기에 저의 여행일기를 올리며, 음식 사진을 잘 올리지 않았죠.

모든 끼니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기억에 남는 음식만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이 소바집, 교토에서 무조건 가 봐야 하는 맛집입니다. 교토에 또 가게 된다면, 이곳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 겁니다.


톡톡 끊기는 면발, 슴슴한 듯 중독성 강한 덴뿌라...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군요......




자전거로 촉촉한 빗길을 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교토를 담았습니다.


이제는 도쿄로 향해야 하는 밤입니다.

교토에서 도쿄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저희는 여러 방법 중 “심야 버스”를 택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밤새 버스 타고 가 보자! 라는 생각에요.


버스를 타기 전, 후나오카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는 샤워를 할 수 없고, 잘 자기 위해 노곤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온천은 그야말로 현지인 온천이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샤워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심야 버스,

결과적으로 너무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이때 누적된 피곤이 도쿄에서까지 이어졌습니다. 심야 버스라면 누워서 가는 줄 알았습니다. 최소 우등 버스 정도는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냥 우리나라의 일반 고속버스와 비슷한 버스에서 밤새 졸음에 지며, 졸음을 이기며...

그렇게 도쿄에 닿았습니다.


잠은 누워서 잡시다. 특히 여행할 때는요.




교토를 떠나며,

사실, 교토 여행 이야기를 쓰면서 또다시 설레버렸습니다.

제가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1위가 교토이기 때문입니다.

교토에 너무 짧은 시간만을 할애해 버린 점... 저희가 무척 후회했지요.


그래도, 여행지에서 아쉬움이 남아야 또 떠날 수 있으니까요.


진정한 여행을 통해 우리는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 안의 뭔가를 그만두어야만
뭔가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타이탄의 도구들> 중-




교토 필름사진


NEXT_

다음 이야기는 <일본; 도쿄에서>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도쿄,
어떤 여행이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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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