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싱가포르.
<싱가포르; 첫 이야기(1)>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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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제가 가장 기대했던 곳, 보타닉가든(Singapore Botanic Gardens)을 방문하기로 계획한 날입니다.
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여행을 여러 번 다녀보니 저는 여행지에서 '자연'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본 야경, 건물, 모두 새로운 자극이었지만, 저에게 더 큰 행복을 준 것은 하늘과 나무였습니다.
싱가포르 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릅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울창하고 수분이 가득합니다.
여행지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쉼을 갖는 것이 저에게 정말 큰 행복을 줍니다.
그래서, 보타닉가든을 가장 기대했나 봅니다. 제 자신에 대해 한 가지 포인트를 더 알게 되었네요.
한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의 현지 마켓을 구경하는 것이 그 나라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여행객들이 이마트같은 대형마트, 혹은 동네 슈퍼마켓에 가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그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다가 마켓이 보여,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에서 파는 과일들과 우리나라에서 파는 과일들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진열 방식의 차이인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일을 밖에 꺼내 두면 손으로 눌러보고 만져보며 과일을 골라낸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일의 신선도를 해치기 때문에, 우리나라 마켓에서는 과일들이 대부분 포장되어 있죠.
싱가포르의 과일은 예쁜 조명을 받아 윤기가 흐르도록, 포장되어 있지 않고 날 것의 그대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눈에는 포장을 안 해두니 과일 위에 먼지가 쌓일 것만 같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찾은 문화의 차이랄까요.
자, 여기서도 발휘되는 저의 날씨 몬스터 기운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날씨가 컴컴하고 을씨년스러우니, 자연의 때 묻지 않은 울창함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싱가포르는 거대한 수목원 같습니다. 온실에 사시사철 따뜻하게 보존되어 있는 나무들처럼, 싱가포르의 자연은 '싱가포르'라는 온실 속에서 초록 잎들을 물들여갑니다.
마치 <트루먼쇼>처럼,
싱가포르 천장에 투명한 유리돔이 있어,
누군가가 이곳을 테라리움처럼 꾸며놓은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보타닉가든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신 후,
자연에서 깨끗해진 마음을 가지고 도심 속으로 향했습니다.
오차드로드(Orchard Rd)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입니다.
오차드로드는 싱가포르의 쇼핑거리로,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쇼핑몰들을 만날 수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저는 역시나 오차드로드보다는 보타닉가든에서 훨씬 더 기분 좋은 정화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도심이 있기에 자연이 있고,
살아가는 곳이 도심이기에, 그곳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자연을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기에, 이 지구에 있는 무엇이든 의미 없는 것은 없고, 존재의 이유가 있겠죠.
우리도요.
넷째 날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날이 밝은 게 맞을지 의문일 정도로 흐렸습니다.
여기 날씨 요정이 계신다면, 저와 함께 여행을 다녀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클락키(Clarke Quay)에 들렀습니다. 강변을 따라 보트와 상점들이 있었는데, 저희가 방문한 날에는 날씨가 좋지도 않았을뿐더러 문을 연 상점이 많지 않아,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천 송도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습니다.
역시나 비가 올 때는 실내로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에 들어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습니다.
TWG에서 맛있는 디저트와 차를 마시며, 날씨와 함께 기분을 전환시키고자 했으나,
비는 그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행 중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날씨가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버리는 것은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더 잘 보낼 수 있을까요?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비가 그치지 않았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머라이언 공원(Merlion Park)을 향해 열심히 걸었고, 즐비한 건물들 앞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사자를 발견했습니다.
그 물길은 마리나베이샌즈로 향합니다.
오늘 저녁, 머라이언이 뿜어낸 물길이 흐르는 곳에서 스펙트라쇼를 즐길 계획입니다.
지구에는 모두 '회귀'하는 것들입니다.
바다는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바다로 흐릅니다.
사람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나,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갑니다.
물길, 사람길.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내가 여기까지 온 길이 있습니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머라이언 공원에 해가 질 때까지 머무르며, 식사를 하고, 야경을 즐겼습니다.
해가 질수록 불빛은 진해져 가고, 하루는 저물어갑니다.
진해지는 것과 연해지는 것은 서로 교차하며,
우리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지금 현재 삶에서 진해지고 있는 것을 감사히 즐기며,
연해지고 있는 것 또한 감사히 보내며,
그렇게 살아갑시다.
여행의 마지막, 찬란한 싱가포르의 빛을 기억할 수 있도록, 스펙트라 쇼(장소: Marina Bay Sands)와 슈퍼트리 쇼(장소: Gardens by the Bay)를 관람했습니다.
잠시 솔직한 관람평을 해 보자면, 스펙트라 쇼는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볼거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물길이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번 여행을 돌아보며 뭉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슈퍼트리 쇼는 기대만큼의 볼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람평임을 분명히 알립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거리는 아름다웠으나 '들을'거리, 즉 음악이 다소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아바타>가 연상되는 슈퍼트리 쇼를 보며, 웅장한 소리보다는 놀이공원에서 날 법한 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부분이 아쉬웠지만,
화려한 빛만큼은 자랑할 만했고,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이렇게, 저의 첫 해외여행이 끝났습니다.
여행 몬스터의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고, 많은 자극을 받은 여행이었습니다.
'처음', '새로운 것', '안 해본 것', '도전'.
이러한 단어와 친하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항상 '해 오던 것', '잘하는 것'만 좇으며 살아온 23년이었습니다.
2023년, 첫 싱가포르 여행을 통해,
'새로움의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단순히 새로움을 만났다기보다는,
'새로움을 즐거워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방통행만 있을 것 같던 삶에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양방향의 소통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자꾸 먹여주는 삶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여행을 통해
도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보는 것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여전히 배워갑니다.
<Epilogue>
혹시나, 필요한 여행 정보를 위한 여행일정표
NEXT_
다음 주 수요일에는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 이야기(1)>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