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처럼 사랑을 말아간다

참나물 향이 머무는 아침, 엄마가 스며든다

by 디바인힐러


《엄마의 김밥, 기억의 김밥》


소제목: 참나물 향이 머무는 아침, 엄마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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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서문


엄마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손끝은 항상 나를 향해 있었습니다.

김밥 한 줄, 참나물 하나.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엄마’라는 이름이

시간을 지나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간들을 기록한

세 편의 김밥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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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도, 엄마처럼 사랑을 말아간다


터질 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김밥을 말아간다


참나물 향이 부엌을 감싸던 새벽,

나는 문득 오래전 엄마의 손끝을 떠올렸다.


텃밭에서 막 따낸 참나물은 그날따라 유난히 향이 진했다.

나는 그것을 살짝 데쳐 조심스럽게 무쳤다.

그리고 손끝으로 기억을 만지듯 김 위에 펼쳤다.


묵은지 대신 참나물을 넣고 김밥을 말았다.

그건 단지 재료의 선택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의 결을 덧대는 의식이었다.


“모양은 흘러가도, 마음은 남는다.”

— 장자


그날의 김밥은 스스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터졌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김밥은 또 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망이 아니라,

가장 부드러운 깨달음이 피어올랐다.


무너진 형태 속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형태는 부서졌으나,

진심은 단단했다.


“불완전 속의 정성은 완성보다 오래간다.”

— 플라톤


플라톤은 ‘선의 이데아’가 형태보다 본질에 있다고 말했다.

이 김밥 또한 그랬다.


꾹꾹 눌러 담는 마음은 결국 넘치기 마련이다


“한 줄이면 돼.”

남편의 담담한 말은 마치

절제의 미덕을 설파하는 노자의 문장 같았다.


나는 그 한 줄 안에

참나물도, 달걀도, 정성도 꾹꾹 눌러 담았다.


김밥은 결국 터졌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사랑이 담긴 공간이 좁았던 탓이었다.


우리가 마음을 전할 때도 그렇다.

말보다 마음이 앞설 때,

그 마음이 너무 커서 다 담기지 못할 때,

관계는 잠시 흐트러진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 터짐은 사랑이 흘러넘쳤다는 증거라는 것을.


인생도 김밥처럼, 조심스레 말아가는 것이다


삶도 그렇다.

우리는 늘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채워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가끔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삶이 찢어진다.

기대가 흐트러지고, 마음이 터진다.


그러나 그 또한 삶이다.

그리고 그 실패는 누군가에게

가장 부드러운 위로가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너무 넘치는 것은 도리어 부족함과 같다.

그러나 사랑만큼은 예외다. 넘쳐야 진심이 닿는다.


오늘도 나는 엄마처럼, 다정한 실패를 감싸며 살아간다


참나물 향이 깊은 이 아침,

나는 또 한 줄의 김밥을 말았다.


모양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속엔 엄마의 방식으로,

그리고 이제는 나의 방식으로 감긴 또 하나의 사랑이 있다.


오늘도 나는

한 줄의 김밥으로, 인생의 한 장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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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엄마의 김밥, 기억의 김밥》 시리즈는

시간을 따라 흘러온 사랑의 기록입니다.


� 다음 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엄마처럼 사랑을 말아간다》

《엄마라는 이름이 내 안을 지나갈 때》

《엄마의 김밥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엄마처럼 흉내 낸다》


이 글들은 잊히지 않는 체온의 구조이자,

다음 세대를 향한 따뜻한 말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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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인힐러 | 하루의 마음을 조용히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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