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울음마저 훔쳐간 그날, 고래는 심장을 잃었다

바다는 아이를 삼켰고, 까마귀는 심장을 가져갔다.

by 디바인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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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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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것을 품지만,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심장이 사라졌을 때, 바다는 노래 대신 침묵을 품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 침묵을 꿰매는 아이가 도착했다.


그 아이가 꿰맨 것은 상처가 아니라,

사라진 기억이었고, 잊힌 사랑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 아이가 바다에서 꿰맨 심장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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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고래의 심장을 훔친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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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짐이지만, 잊힌 마음을 되살린다


고래는 엄마였다.

생명을 품은 바다의 심장으로,

두 아이를 자신의 뱃속에서 낳았다.


하나는 지느러미를 가진 아기 고래 ‘루아’,

다른 하나는 고래의 꼬리를 달고 태어난 인간의 아들 ‘루밍’이었다.


루아는 물속을 헤엄치며 고래의 숨을 익혔고,

루밍은 파도 위를 걸으며 고래의 노래를 따라 배웠다.


고래는 두 아이를 같은 심장으로 사랑했다.

하나는 바다였고,

하나는 사람의 아이였지만,

둘은 서로를 형제처럼 아끼며

종을 넘어 노래를 나눴다.


그 노래는 바다를 살아 숨 쉬게 했고,

고래는 그 노래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엄마가 되었다.


*


그러나 어느 날,

기름이 바다에 번졌고

산호가 질식하며 희미해졌으며

플라스틱이 고래의 품을 덮었다.


루아는 깊은 바다로 사라졌고,

루밍도 돌아오지 않았다.


고래는 두 아이를 잃었다.


그날 밤,

고래의 가슴이 찢어졌다.


심장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는 뛰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검고 거대한 까마귀 ‘누르’가 내려왔다.


그 새는

고래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 아이의 심장을 꿰어 하나로 묶고

그것을 물고 하늘 너머로 날아올랐다.


고래는 울지 못했다.


심장을 도둑맞은 채,

그녀는 말없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노래도, 숨도, 기억도

파도 속에 잠들었다.


*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별빛이 조용히 바다를 덮던 저녁

한 소년 ‘킹팡’이 파도 끝에 다가왔다.


킹팡은 바다를 오래 바라보다

물속으로 손을 내밀었다.


깊은 곳에서

찢긴 가슴을 가진 고래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녀의 가슴엔

심장이 빠져나간 자국이

아직 벌어져 있었다.


킹팡은 말없이

그 상처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작고 미세한 떨림이 손끝을 스쳤다.


‘텅… 텅…’


심장은 없었지만,

기억은 살아 있었다.


루아와 루밍의 숨결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고래의 맥박을 대신하고 있었다.


킹팡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건 사라진 게 아니에요.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달빛 아래에서,

고래의 눈동자엔 두 아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루아의 숨결,

루밍의 눈빛.


그녀는 그들을 닮은 파도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는 바늘을 꺼냈다.


그 바늘은

상실을 꿰뚫는 이해였고,

실은

두 아이가 남긴 노래였다.


킹팡은

고래의 가슴을 꿰매기 시작했다.


울음과 사랑을 한 줄 한 줄 엮으며,

기억을 다시 이어붙였다.


*


그날 밤,

바다는 다시 숨을 쉬었다.


고래는 노래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에서 울리는 깊은 파동이

물결을 타고 별 아래로 번져갔다.


그 순간,

하늘 끝에서 까마귀 ‘누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심장을 물고 있지 않았다.


그는 멈춰

꿰매진 가슴을 조용히 바라보다

깃털 하나를 떨어뜨리고

다시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달빛이 바다를 비출 때마다,

고래의 눈엔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둘은 다르면서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고래의 심장 안에 있었다.


*


고래는 알았다.


심장은 돌아오지 않아도,

기억은 꿰맬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은

상처 위에서 다시 자란다는 것을.


그날 이후,

고래는 바다를 지키기 시작했다.


루아를 위해,

루밍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잃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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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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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는


“바다에 잠긴 기억과 아이의 울음, 그리고 꿰매는 사랑”을 담은 감정 치유 동화입니다.


상실로 멈춘 심장, 그 위에 놓이는 작은 손길.

아이와 바다, 고래와 까마귀, 별빛과 상처가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남아 있는 아픔과 상실을 조용히 꿰매줍니다.


말보다 진한 위로, 눈물보다 깊은 이해를 전하며

잃어버린 감정과 관계를 회복하는

치유의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 글·그림 ©DivineHe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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