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을 든 아이는, 기억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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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려 했던 날과, 그것을 지키려는 날은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편에서는 ‘기억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나선 아이의 고요하고도 단단한 용기를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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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다시 한번
심장을 꺼내어 세상에 내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심장을 가져가려는 이가 아니었다.
한 아이가 있었다.
눈빛이 깊고,
작은 손은 바다의 파도처럼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가슴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말했다.
“제가 지킬게요.”
고래는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았다.
“지킨다는 건,
그 무게를 감당하겠다는 말이다.
기억은 짐이 아니라 숨결이지만,
그 숨결도 때로는 벅차단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고래는 심장을 조심스럽게 아이의 두 손 위에 얹었다.
심장은 여전히 파랗게 빛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갑지 않았다.
그건 누군가의 손이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불었고,
파도는 낮은 숨결처럼 밀려왔다.
아이의 눈은 심장을 바라보았지만,
사실은 고래를, 그리고 그 기억을
온전히 품고 있었다.
그날 밤,
아이의 가슴은 조금 더 단단해졌고,
세상은 아주 작은 파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욕망에 짓눌려 날 수 없었던 까마귀의 길과는,
전혀 다른 시작이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꿰매어 지키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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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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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는
상실 후에도 이어지는 유대와 책임에 대해 묻습니다.
사라진 것을 다시 이어주는 건, 결국 사랑의 실입니다.
감정 치유 에세이입니다.
다음 편: 《네가 운 날, 고래도 울었단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