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마저 사라지게 한 시간의 비밀
어느 날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다 밤을 새웠다.
시간을 확인했을 때
이미 새벽을 훌쩍 넘겨 있었다.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몸은 쉬지 못했는데
정신은 또렷했고
마음은 오히려 더 살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아, 이것이 몰입이구나.
몰입은
억지로 집중하는 상태가 아니다.
해야 해서 붙잡는 시간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몰입이 시작되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저 사라진다.
배고픔도, 피로도
주변의 소음도
의식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오직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나만 남는다.
몰입은
능력이 아니라 연결이다.
내 안의 호기심과
눈앞의 세계가 정확히 맞닿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태다.
그래서 몰입의 끝에는
지침보다 희열이 먼저 온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살아 있다는 감각에 가까운 기쁨이 남는다.
몰입은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게 만든다.
정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아가는 그 자체가 즐거워진다.
그 시간 안에는
비교도 없고
평가도 없다.
남과 나를 가르는 기준도 사라진다.
오직
지금의 나와
내가 선택한 일이 있을 뿐이다.
몰입을 통해 얻는 것은
기술이나 성과만이 아니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되고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이미 내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어떤 일 앞에서
살아나는 사람인지.
밤을 새웠는데도
후회가 남지 않았던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답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떤 일 앞에서
시간을 잊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내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