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실, 열두 마음의 틈에 핀 꽃
《하늘의 끝을 꿰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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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 상처가 꽃이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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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실, 열두 마음의 틈에 핀 꽃
바람이 말랐던 들판에
작은 빛이 내렸다.
그곳은 오래전, 전쟁의 상처로
검게 타버린 땅이었다.
그 땅 위에
한 아이가 앉아 있었다.
손에는 오래된 실 한 가닥.
아이의 이름은 루아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루아가 남긴 실을
처음으로 쥐어본 새로운 아이였다.
그 아이는 아팠다.
말하지 못할 기억,
이름조차 지워진 고통.
“이건… 뭐지?”
그 실은 아이의 마음에 닿자
살짝 떨렸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괜찮아. 꿰매는 건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거야.”
아이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실을 들어
땅을 꿰매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처럼 갈라진 땅 틈을
하나하나, 실로 잇기 시작한 것이다.
실은 노랗게 빛났고,
고요한 울림처럼 땅속으로 번져나갔다.
그 실이 지나간 자리마다
작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잊힌 이들의 이름이
꽃잎 위에 조용히 적혀 있었다.
그날 밤,
하늘에서 별 하나가 반짝였다.
모그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새로운 꿰맴이 시작됐군.”
그도 실을 꺼냈다.
그리고 한 아이에게 말했다.
“이 실은,
고통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거야.”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에 쥔 실로
자신의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실은
이제 하나가 아니었다.
많은 손들,
많은 마음들,
각기 다른 상처들이
하나의 노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상처는 꽃이 되었고,
꽃은 기억이 되었다.
그날,
들판은 다시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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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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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끝을 꿰맨 아이》는
생명의 울음과 이별의 침묵 사이에서,
우리가 놓친 감정을 다시 꿰매주는 이야기입니다.
심리학과 생태감수성의 접점을 담은 감정 치유형 동화입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