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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03. 2022

진중권 지음 ‘미학 스캔들-누구의 그림일까?’

조영남 그림 위작 사건에 관한 내용

도서관 서가에서 저자의 이름을 보고 읽게 됐다. 

제목도 “미학 스캔들”이어서 미술과 관련된 내용으로 짐작했다. 

이 책은 한때 뉴스를 장식했던 ‘조영남 그림 위작 사건’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서양 미술사를 장식했던 인물들을 소환했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루벤스, 푸생, 들라크루아, 반 고흐와 국내외 수많은 화가 비평가들의 주장을 인용한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문까지.    


 

  저자는 ‘조영남 위작’ 사건에 개입하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첫째, 검찰이 무차별하게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둘째, 언론이 현대미술에 대해 완전한 오해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셋째, ‘친작 숭배’가 미래 예술의 상상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아울러 조영남에게 권고한다. 조영남이 미학적 ‘나태’와 윤리적 ‘허영’과 경제적 ‘인색’을 비판하며, 창조력의 전개를 위해 작가에게 허용한 특별한 권리를,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에 지극히 편의적인 방식으로 남용했다고 보기 때문에 

첫째, 대작의 사용을 공공연히 드러낼 것, 대개 컬렉터들의 친작 선호 때문에 사실을 감추는데, 대작을 통한 작품도 엄연히 진품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납득 시키는 것까지가 작가의 작업이다.

둘째, 자기 작업에서 대작이 갖는 미학적 필요성을 남은 물론이고 우선 자신에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술적 훈련을 받고 기예를 갖춘 조수들이라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나아가 아직 작가의 욕망을 간직한 작가는 그 꿈을 실현하도록 옆에서 적극적으로 돕는 게 보기 좋을 것이다. 물론 이는 그저 사건을 지켜본 한 미학자의 개인적 ‘권고’일 뿐 그에게 이것을 강제적 ‘의무’로 부과할 권리는 내게 없다.  

    

  그러면서 “예술은 사회의 촉수, 사회라는 신체 중 물리적으로 가장 약한 부위다. 대중과 언론과 권력이 협공을 펼치면, 예술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 그래서 ‘교양 층’이라는 이름의 보호막이 필요한 것이다. 이 교양 층을 모조리 쓸어내고 오직 대중만을 위한 민주적 예술문화를 만든 이들이 있었다. 바로 히틀러와 스탈린이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중권 교수에 관해 시사평론만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미학과를 다닌 예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전에 읽은 책에서 진중권 교수의 누나도 독일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유명인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집안이 예술적 소질을 타고난 것 같다. 

나도 그림을 끄적거리는 취미를 같고 있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호감이 간다. 

하나의 사건을 미술사적으로 규명하고 예술의 영역에서 보호하고 사회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한편으로 예술이든 정치든 독자적 영역을 가진 분야가 모두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승복하는 세상이 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분쟁을 대화로 협상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법’이 만능인 세상에서 후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미술이든, 음악이든 예술의 세계는 풍요와 안정보다는 시련과 경제적 결핍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예술계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화가와 음악가 등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 중 유명인 몇을 제외하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 세상에 예술을 위해 열정을 바치고 있는 이들에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책 소개     

미학 스캔들-누구의 그림일까? 진중권 지음. 2019.11.18. 천년의 상상. 401쪽. 18,900원. 2021.11. 읽음.     

진중권 :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대학교수, 문화비평가, 시사평론가, 시대의 부조리에 독설을 날리는 우리 시대의 대표 논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지은 책으로 “감각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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