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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04. 2022

이케이도 준 저, ‘민왕(民王)’을 읽고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일본소설이 황당무계한 엽기적인 내용이 많다고 평소 생각한다.

이 책도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내용은 일본 총리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인 대학생의 의식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상황에 관한 이야기다.

몸은 총리지만 의식은 대학생인 아들이 국회에 나가서 질의응답을 하고 총리행세를 한다.

총리인 아버지는 대학생인 아들의 몸을 빌어 강의도 듣고 직장 채용 면접시험을 보러 간다.

     


  처음에 황당한 설정에 이런 유치한 소설도 다 있네... 하며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젊은 대학생이 총리가 되어 정치 현장에서 ‘젊은대학생’의 생각으로 말을 하는 내용이 한국의 정치에서도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에 계속 읽었다.


총리와 절친인 관방장관의 내연녀와 엽기적인 사생활이 언론에 공개되자 일본의 모든 언론이 불륜, 부정의 장관을 당장 파면하라고 매스컴을 도배한다.

총리의 몸이 된 젊은 대학생 아들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당신들, 이렇게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두는 게 어때? 당신들이 하는 일은 뭐지? 남의 사생활을 들춰내, 여자와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고 써대는 일인가? 그게 뭐 하는 짓인가! 당신들 매스컴이 바보짓을 하니까 국민들도 착각해서 자꾸 바보가 되는 게 아닌가!”라고 일갈한다. “당신들은 정치인으로서의 가리야 고지를 어떻게 평가하나? 기리야처럼 훌륭한 정치인이 어디 있지? 그는 지금까지 훌륭한 실적을 올렸고 민정당을 하나로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아무튼 가리야는 나의 내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야!” 속 시원한 발언이다.    

 

  한편으로 제도적 불합리에 관한 것도 지적한다. 외국에서 신약이 개발되도 일본 국내로 수입 할 수 없다.

일본제약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 가능한 환자가 속수무책을 죽어가는 현실을 대학생 아들의 몸이 된 총리가 호스피스 병동에 아들 친구의 초청으로 가고, 현장을 본다. 정책의 불합리를 알게 되고 총리의 몸으로 돌아온 다음 신약개발과 수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하고 통과시킨다.


소설이 주는 작가의 상상이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의 모습이 어떤것인지 보여준다.

당리당략에 유리한 정치만 하고 민생은 뒷전으로 하는 우리나라 기성정치인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어떻게 보일까? 거짓으로 똘똘 뭉친 정치 세계에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진실이 있을까? 기댈 곳이 있을까? 그런 정치로 과연 진정한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민생의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 우리 정치인들도 보고 느꼈으면 한다.     


  요즘 대선 당시 각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서로 헐뜯고 국민 생각은 뒷전이고 정권을 잡으려는 생각에 몰두했다. 국민은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나를 보지 자기가 잘났다고 하는 것은 외면한다. 상대의 약점을 헐뜯는 정치인에게도 좋은 점수는 없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정확하게 민생을 위해 사용할 인재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 온 국민이 심사숙고하고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하면서 방관자의 모습을 보이는 순간 정치 모리배들이 나라의 권력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에 남용할 것이다.


책 소개

민왕(民王)-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저, 이선희 옮김. 2021.03.31. ㈜소미미디어. 389쪽 14,800원.

 

이케이도 준(池井戶 潤)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가 1963년 기후현에서 태어났다. 게이오기주쿠대학을 졸업, 대형 은행에서 근무했다. 1998년 끝없는 바닥으로 미스터리 작가의 등용문인 에도가와람포상을 수상, 3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이선희-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교육대학원에서 공부, 부산대학교 외국어학당 한국어 강사, 숭실대학교 등에서 일본어를 강의. 현재 나카타니 아키히로 한국사무소 소장과 KBS아카데미 일본어 영상번역과정 강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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