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Sep 22. 2022

로맹 가리 지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의 16편의 단편소설

이 책은 제주시 복지타운 광장에서 열린 2019환경의 날 기념 행사장에서 싼값으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표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외 16편의 단편소설이 게재되어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지구의 끝 페루 리마 북쪽 해변에 새들이 날아와서 죽는 곳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카페 주인이 된 외로운 남자가 바다에 빠진 한 여자를 구하는 내용이다.      


옮긴이는 “옮기고 나서”를 통해 섬세하게 짠 구절들을 음영이 있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돋보이는 「류트」, 인간성의 이면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는 「어떤 휴머니스트」, 빠른 호흡, 거친 말투, 반전과 긴박감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몰락」 자신이 줄곧 천착해오던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분히 알레고리 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역사의 한 페이지」 서머싯 몸을 방불케 하는 반전을 준비해둔「벽」과 「킬로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피학적인 묘사의 위력을 과시하는 「지상의 주민들」 나치 학대를 다룬 소설의 새 경지를 개척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특별히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이 있으라」에 이르기까지      

독자가 읽게 되는 것은 ‘로맹 가리’라는 상처를 경유함으로써 바뀐 풍경, 세계, 현실이다.

그 경이로운 변형 속에서 흔치 않은 감동이 솟는다. 고 말한다.      


나의 느낌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그 문체에 빠져보기는 처음이다. 로맹가리 천재적인 작가임을 인정한다.      

‘벽’은 영국 런던 싸구려 원룸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벽을 사이로 젊은 남자와 여자가 산다. 어느 날 젊은 남자가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 청년은 옆방의 천사같이 아름다운 처녀가 한 시간 동안 신음소리와 -남녀가 관계하는 듯한-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벽을 통해 듣다가 자살을 선택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부검의는 옆집의 처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처녀 역시 죽어있었다. 비소 중독으로 인한 자살, 한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에 신음과 몸부림을 친 흔적과 유서에는 고통스런 고독과 삶에 대한 총체적인 혐오감 때문에 죽는다. 고 적혀 있었다. ‘벽’을 사이에 둔 남녀의 자살, 소통의 부재와 오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독일 나치와 학살당한 유대인의 이야기다. “스톡홀롬 신드롬”같이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무조건적인 복종을 한다. 가혹한 공포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쩌면 우리 사회에도 현존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의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책 소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저, 김남주 옮김, 2001.11.10. (주)문학동네, 10,000원.

   


로맹 가리 - 1914년 모스크바에서 출생, 1945년 “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 수상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 1962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미국 최우수 단편상 수상 1974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그로칼랭 발표, 1980. 12. 2.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      

  -야망과 열정의 인간이었으며, 꿈과 모험을 사랑했던 불세출의 작가 로맹 가리. 세기를 풍미한 거장의 진면목을 확인케 하는 열여섯 편의 기발하고 멋진 소설들은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한 허영에 대한 신랄한 탄핵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기기만에 대한 로맹 가리의 날카롭고 흥미진진한 적발과 풍자는 설명될 수 없는 삶의 영토를 늘 그 속에 품어냄으로써 쓸쓸하지만 심오한 성찰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김남주-이화여대 불문학과 졸.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