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원 전문의가 전하는 죽음과 삶의 의미
암병원 전문의가 전하는 죽음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살아온 인생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행로를 걸어왔든 종착역이 죽음이라는 것만큼은 모두 같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잊고 산다. 또한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오늘 누군가의 죽음은 내일의 내가 닿을 시간이고, 어떤 죽음들은 분명히 아직 남아 있는 이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한다. 죽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기억되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건강할 때는 별생각이 없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면 사람들은 생각이 많이 변한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어차피 죽고 나면 내 몸이 썩어 없어진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아프면 건강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다른 아픈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할 수 있다면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장기 기증을 생각하게 된다.
암에 걸리는 것은 허허벌판을 지나다 예고 없이 쏟아붓는 지독한 폭우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우산도 없고 피할 곳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스란히 쏟아지는 비를 맞는 것뿐이다.
그러나 가만히 서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만 떨어지고 그런 채로 죽어간다면 ‘뭐든 해볼 걸 그랬나?’하고 후회하게 된다.
삶에서 고난은 불가피하다고 부처는 말했다.
그것이 인생이다. 고통이나 힘든 일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마땅히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났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감수하고 그런 과정을 견뎌내면서 생명 연장과 증상 완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족 간에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다.
직장 동료, 친구하고는 인간관계, 직장 생활의 애환,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서부터 최근에 본 영화나 읽은 책, 취미 같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가족이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만큼 서로 모르는 존재도 없다.
타인은 모르는 대상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서로 알기 위해 대화하지만,
가족은 날 때부터 가족이었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한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결국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상처 주기 십상이다.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상태를 진솔하게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인생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 버튼을 누르고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주 잘살 수 있을 것 같다. 꿈같은 이야기다. 지나온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리셋 버튼이란 건 없다. 그럼에도 아직 내가 그 같은 리셋 버튼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는 그 순간을, 무엇인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을 늘 조건으로 삼는다. 다만 결과에 대한 긍정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과정과 태도에 대한 긍정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잘해 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 자체가 긍정이어야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고 살라는 말이다. 사는 것만 아니라 사랑할 때도 그 말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든 관계에는 거리와 선 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 적절한 선, 편안한 거리를 찾는다. 그 적정 수준은 두 사람 관계의 깊이에 의해 결정되고 관계의 깊이는 다시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만남의 빈도, 감정적 교류, 공동의 목표 의식, 서로 간의 이해관계, 두 사람의 친밀도, 성향, 심리적 거리 그리고 물리적 거리 등 그런데 이때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적절한 거리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이 기쁘고 슬픈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모르고 산다.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일,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는 일.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은 지식이 많거나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마지막까지 평소와 같은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 특별하고, 위대한 사람인 것이다.
암이라는 상대를 만나 이길 수 없을 때는 무모하게 무턱대고 맞서 싸우기보다는 이길 수 없다면, 지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무리하게 치료하는 것보다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게 지연시키면서 몸을 회복하는 것이 지지 않는 방법이다. 는 말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은 잊고 산다. 누구나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 소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저. 2021.01.18. 흐름출판(주). 261쪽. 15,000원.
김범석 :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서울대 졸. 미국임상암학회, 유럽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