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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Dec 22. 2022

김은영 소설. 『소리를 보는 소년』

지난여름부터 제주시 시각장애인 회관에서 ‘장애 극복 1인 크레이에이트’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다. 시각장애인 회관을 처음 가봤다. 회관 입구에 들어서면 ‘딩동’ 소리가 계속 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건물에 들어섰다는 신호음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시각장애’ 말만 들어도 불편함이 느껴진다. 돌발성난청에 걸렸던 적이 있다. 얼마나 갑갑했던지 평소 건강하게 기능하는 몸의 눈, 코, 귀 등을 잊고 살지만 아파야 그 고마움을 알게 된다.     


소리를 보는 소년, 이 책은 조선시대에 어려서 시각장애인이 된 소년이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현대 장애인에 관한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지만 왕조시대에도 장애인에 관한 국가적인 정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소경’, ‘봉사’라는 말이 시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알았는데 관직이었다는 점을 새삼 알았다.     


소설의 주인공 ‘장만’은 일곱 살에 심한 병을 앓고 나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어머니마저 아홉 살에 돌아가고 아버지 슬하에 동생하고 성장한다. 어느 날 기우제를 들이는 왕의 행차를 구경하면서 독경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관직을 갖고 있는 맹인들이며 ‘명통시’라고 한다.라는 말을 듣고 ‘명통시’가 되기로 결심하고 우연한 기회에 독경을 배우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역에서 물러나 ‘여생’을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점점 많아져 간다. 시각장애인으로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조선시대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누군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는 소설의 주인공을 보고 무력함에서 벗어나 생이 다할 때까지 이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일을 찾아서 부지런히 삶아야 하겠다.라는 마음을 갖는다.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이다. 다만 거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그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그 길이 옳은 방향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의 이야기가 나에게 남기는 것들을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을 만든 인류의 힘이니까.     


책 소개     


김은영 소설. 『소리를 보는 소년』 2022.02.01. 서해문집. 176쪽. 12,500원. 

     

김은영. 국문학 전공. 방송국 구성작가. 지은 책으로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인권 존중의 씨앗》과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주권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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