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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an 27. 2023

강준 지음. 『오이디푸스의 독백』

강준 단편소설 모음

이 책은 여덟 개의 단편을 엮은 것이다. 

타자의 얼굴, 오이디푸스의 독백, 자서전 써주는 여자, 틈입자, 일그러진 만년필, 그늘진 사랑,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느티나무꽃이다. 


작가는 7080세대 이다. 군사정권의 통제 아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학도호국단을 체험하고, 5,18 민주화 운동, 6,10항쟁을 겪은 세대. 식민사관에 충실한 역사를 교육받았고,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 존중이 미덕임을 체화하며 성장한 세대다. 그러나 그들의 자녀들은 권위주의 세대의 사고방식은 용납되지 않는다. 작금의 세태는 공자 이래 추앙받아온 충효 이념과 평등사상의 상충 대립으로 극심한 가치관의 혼돈에 불신, 불화와 불통이 인간관계를 가로막고 있다. 여덟 편의 소설은 이런 분위기다.  

   

‘타자의 얼굴’ 대학 시절 연극부에서 활동하다가 반정부 활동으로 체포되어 고문으로 다리 한쪽이 불구가 된 주인공이 자신을 고문한 사람이 처외삼촌이 되어 만나 겪는 이야기다. ‘오이디푸스의 독백’ 출생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아버지와 아들이 겪는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가 구분되는 가부장적인 시절 남자라는 이유로 아들이 겪는 왜곡된 父情에 대한 이야기다.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야 출세가 보장되는 시절이 있었다. 자식은 부모의 의사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자서전 써주는 여자’ 제주도에 ‘서북청년단’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이북의 공산당 정권이 싫어서 남한으로 내려온 청년들을 좌익 세력을 진압하는 일선에 배치시켜 민간인 단체가 공권력을 행사하며 양민에게 피해를 주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특히 제주4,3사건, 여수반란 사건 등 좌익이 창궐한 지역에서 주민들의 피해가 많았다. 그 서북청년단의 한 사람이 기업인으로 출세하여 생의 마지막 길에 자선전을 구술 정리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틈입자’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가 강간당한 딸의 가해 남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건의 이야기다. 그러나 딸은 그런 엄마에게 내 인생은 내가 산다고 말한다. 부모의 마음과 자식의 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소설 중간중간 제주도가 등장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친근한 지형의 이름이 나와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가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리고 제주도 북서부 마을 애월이 자주 등장한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던 곳이다. 제주도 출신은 고향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사투리에 대한 것도...     


책 소개     

오이디푸스의 독백. 강준 저. 2019.07.01. 문학나무. 279쪽. 15,000원.


강준,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강용준이다.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월간문학을 통해 희곡작가로 등단했다. 삼성문학상, 한국희곡 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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