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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Feb 06. 2023

조남주 지음. 『우리가 쓴 것』

조남주의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하다.      


지난번 조남주의 다른 소설 ‘귤의 맛’을 읽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제주도에 사는 나로서는 소설에서 제주도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우리가 쓴 것’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다. 이 책은 여덟 편의 단편을 모았다.   

“우리 이야기,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가장 위대한 역사다.” 책 머리에 저자의 말이다.   

  

‘매화나무 아래’ 할머니와 자란 손자가 요양원에 가 있는 할머니를 애틋하게 찾는다. 마침내 할머니가 위독해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연명치료를 주장하는 손자와 반대하는 가족들 사이에 손자가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걸까요?”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본다.


‘오기’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초청 강연도 한다. 작품이 나가든, 강연이 끝나면 SNS에 댓글이 달린다. 악풀도 달린다. 참을 수 없는 악풀에 법적 대응을 하면서 일어난 이야기다. 작가의 경험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존경하는 고교 담임이 자기 이야기를 무단 도용했다고 오해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지나친 통제를 경험한 이야기는 흔한 일이지만 자기에게만 일어난 것이라는 착각에 사는 것이 우리다.     


‘가출’ 교과서 같이 살던 아버지가 퇴직 후 잘 살다가 어느 날 가출을 한다. 행방이 묘연하다. 단서는 막내딸이 준 카드다. 제주도에서 사용하고, 홍대 앞에서도 사용하고 드문드문 사용 내역이 온다. 아버지의 가출은 형제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된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주변에 흔히 있는 회사 이야기다. 회사마다 직급은 낮지만, 온갖 회사 일을 통달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 미스김은 그런 직원이다. 어느 날 미스김이 퇴사하고 사소하면서 불편한 일들이 발생한다. 우리 주변이 흔히 있는 일이다.     


‘현남 오빠에게’ 화자의 남자 친구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사소한 일부터 곤란한 문제까지 조언과 도움을 주는 사이다. 졸업 후 동거하면서 화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자기중심적인 남자 친구에게 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고 떠난다.


‘오로라의 밤’ 과부 삼대가 모여 산다. 시어머니, 화자, 딸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시어머니와 화자가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캐나다로 외국 여행을 하면서 시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패키지 여행길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조합이다. 두 사람은 오로라를 보면서 소원을 빈다. 외손자를 돌보기 싫다는 소원을 비는 화자와 오래 살게 해달라는 시어머니의 소원 “오래 살게 해 주세요. 인공호흡기니 뭐니 다 달아 줘요. 죽을 때 고와 뭐해? 곱지 않더라도 오래 살 거야. 이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숨 붙이고 있을 거야!”라고 외친다.     


‘여자아이는 자라서’ 중2 딸을 둔 화자의 이야기다.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한 딸과 가해자 아들을 둔 엄마는 선후배 절친 사이다. 딸을 설득해 달라는 선배의 주문에 딸에게 말했다가 꼰대가 된다. 딸은 외할머니에게 고주알미주알 사실을 말한다. 내 어렸을 때는 어떻게 했지?를 되돌아 보는 이야기다.     


‘첫사랑’ 초등 4학년인 서연이와 승민이는 사귄다. 코로나 때문에 서연이 아빠의 여행업이 타격을 받았다.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만나던 서연이와 승민이는 서연이가 학원을 끊으면서 만남이 소원해진다. 코로나로 원격 수업이 장기간 이어지고 서연이는 스마트폰이 아니고 폴더폰이다. 메시지만 주고받았는데도 콩이 다 떨어진다. 승민이 엄마는 승민이가 전화를 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가 두 연인을 헤어지게 만든다. 새삼스럽지만 초등 4학년이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우리 이야기, 흔히 들을 수 있는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책 소개

조남주 지음. 『우리가 쓴 것』 2021.06.08. ㈜민음사. 363족. 14,000원.      

조남주 ;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등단, 82년생 김지영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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