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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13. 2023

위화 지음. 『제7일』

중국 소설

나는 좀 이상한 버릇이 있다.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러 가면, 다른 사람들이 반납한 서가에서 책을 빌려오게 된다. “제7일”도 반납 서가에서 그냥 빌려오게 됐다.      


  이 책은 화자(양페이)가 갑자기 사고로 죽어서 7일 동안 겪은 이야기로 되어있다. 화자는 임신 만기에 어머니가 기차여행을 하면서 화장실에 갔다가 철길에 떨어져서 태어나게 되고, 총각 철로 점검 역무원에게 발견되어 이 역무원이 양아버지가 되고 화자는 양육되면서 성장한다. 대학도 나오고 직장에 들어가서 결혼도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 2년 만에 이혼을 당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식당에 불이 나서 졸지에 사망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궁금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사후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늘 있었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하버드대학의 셀렌 교수가 쓴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공감 있게 읽었고, 미국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이 쓴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을 읽고 반신반의했다. 이 책의 구성이 스캇 펙의 소설과 닮았다. 죽고 나서 현세를 왔다 갔다 하는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은 아니지만, 빈의관(殯儀觀, 화장장의 중국어)과 사후 세상을 왔다 갔다 하는 대목은 유사한 것 같다.


일단 죽어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세상이 있다는 것이 이 책들의 공통점이다.     


  소설의 에필로그는 “하느님께서는 엿샛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창세기”로 시작되며 호기심을 끌지만, 죽어서 7일 동안 사후 세상에서 화자가 겪는 일은 현세에서 겪었던 일의 연속이다. 집을 나가 먼저 죽은 양아버지를 만나고, 애틋한 젊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제7일에 화자가 겪는 일이다.     


  나는 가까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며느리가 교통사고로 먼저 저세상으로 가면서 어린 손자와 혼자된 아들, 그리고 아내와 나에게 다가온 엄청난 변화를 지금도 겪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처럼 사후세계가 있다면 빨리 가서 며느리도 만나보고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 손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안심할 수 있는 소식도 전해 주고 싶다.     


  죽는다는 것은 이 세상을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없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가는 것이 아닐까. 일본으로 시집간 누이동생의 소식이 끊긴 지 몇 년이 되고 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것, 이것도 죽음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끝이 없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135쪽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 보는 거야.”     


책 소개

위화 지음. 『제7일』 문현선 옮김, 2013. 8. 30. (주)도서출판 푸른숲, 13,000원.

     

위화 -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 작가 입문. 199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4년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 미치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 2005년 중화도서 공로상, 2008년 프랑스 꾸이레 엥테르나시오날 해외 도서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     


문헌신 -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같은 대학원 한중과 졸업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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