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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13. 2023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黑柳徹子) 지음, 김난주 옮김.

그때 토토는 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하품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토토와 똑같이 몸을 앞으로 내민 채 열심히 들어 주었던 것이다.     


한편, 아직 1학년 밖에 안 된 토토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혼자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엄마나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도 분명 놀랐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토토가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느낀 감상은 바로 이랬다. 

“이 사람하고는 얼마든지 함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그리고 고맙게도 교장 선생님 역시 토토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내 이름은 토토

  토토의 진짜 이름은 테츠코(徹子)이다. 어쩌다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느냐 하면, 

태어나기 전에 친척들이며 엄마, 아빠의 친구 모두가 “분명 사내 아이 일거야!”라고 했기 때문에 

‘도오루徹’라고 이름을 정해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태어나고 보니 여자아이였다. 

엄마와 아빠는 난감했지만, 徹이란 글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 글자를 살리고 

거기에 여자아이를 뜻하는 ‘자 子’ 자를 붙여 결국 테츠코라고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 테츠코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당사자는 누가 이름을 물으면 ‘토토짱’이라고 대답했다.     


아빠의 연습실

 토토의 아빠는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였다. 

콘서트마스터라는 것은 바이올린 연주자를 말하는데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가 내려와 악수를 청하는 연주자이다.     


리드미크의 종류는 아직 더 많지만, 어쨌든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제각기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소질을 주위의 어른들이 손상하지 않고 어떻게 키워 줄 수 있을까? 라는 문제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물이 끓는 주전자를 본 사람,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본 사람이 동서고금을 두고 와트 한 사람, 뉴턴 한 사람뿐만이 아니건만…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이 들리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며 더구나 가슴속에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작가 후기

 이 글은 모두 꾸며 낸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     

만약 도모에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또한 고바야시 선생님도 못 만났더라면 저는 아마 무엇을 하든 ‘못된 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콤플렉스에 고뇌하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른이 되었을 겁니다.     


이 책을 읽고.


동화 속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동심으로 돌아가서 객관적으로 표현한 점이 좋았다. 

전쟁을 전후한 시대에 일본의 생활상을 실감할 수 있고 그곳의 선각자들이 교육을 위해 헌신한 모습도 부럽다.     


책 소개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黑柳徹子) 지음, 김난주 옮김, 2013. 12. 9. 1판1쇄 발행, 프로메테우스출판사, 15,000원.

   

구로야나기 테츠코 - 일본 방송계 사상 최초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테츠코의 방]을 40여 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는 명사회자, 방송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유명한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솔직담백하고 재치 있는 화법과 삶의 활력을 상대에게 불어놓는듯한 매력으로 인해 ‘철의 여인’으로 불리 운다. 이런 그녀가 40대 후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쓴 자전적 성장소설 [창가의 토토]는 일본 출판계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33년간 기네스북에 올라있으며, 인류에게 가장 큰 교육적 영향을 끼친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코르체크 상을 수상한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 이집트, 싱가포르 등 세계 3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토토짱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그 공로로 아시아 최초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취임한 그녀는 세계 각지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일을 포함한 평화적인 봉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난주 ; 부산출, 경희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 일본유학 일본문학 석사 대처여자대학과 동경대학에서 일본근대문학을 공부,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그림, 이와사키 치히로-어린이를 평생 테마로 삼아 서양의 수채화와 동양의 수묵화를 결합한 독특한 그림체로 세계 15개국 이상에서 그림책이 출간될 정도로 전 인류에 문화적 교감을 이루어낸 일본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화가, 1974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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