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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16. 2023

『책만 보는 바보-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소설.

이야기 시작 

1792년 12월 20일  이덕무는 서자로 태어났다.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 했지만, 그들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 불리기도 한다.     


책 읽기의 이로움을 나는 이렇게 써 두었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이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진다.     


벗들은 청장관(靑莊官)이란 나의 호를 따서 새로 지은 서재에 ‘청장서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나의 호 청장은 푸른 백로를 말한다. 청장은 고요히 물가에 살면서 눈앞에 지나가는 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먹고 사는 맑고 욕심 없는 새라고 한다. 하늘처럼 미더운 새라는 뜻인지, 하늘도 그 고요한 성품을 믿는 새라는 뜻인지 ‘신천옹’이라고 높여 부른다.     


내가 윤회매(輪廻梅) 만들기를 좋아한 까닭은 살아 있는 꽃 못지않은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손가락 끝에 온 신경을 모으고 매달릴 수 있는 그 일이 좋아서였다.     


박제가의 시

‘붉다’는 그 한마디 글자 가지고 

 온갖 꽃을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꼼꼼히 다시 한번 살펴봐야지.     


칼칼한 바람 속을 누비다. 나의 벗 백동수

 말 타는 것보다도 활 쏘는 것보다도 백동수의 마음을 끄는 것은 검(劍)이었다. 훈련도감 김체건의 아들 김광택 조선의 검술뿐만 아니라 일본의 검술도 모두 익혔다고 한다.     


우리를 벗이라 할 수 있을까 나의 벗 이서구

 서(書)는 글이나 책을 뜻한다. 구(九)는 홑자리 수 가운데 가장 클 뿐 아니라, 크고 많다는 것을 뜻할 때 쓰는 수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름 자체가 온 세상의 모든 책을 뜻하는 셈이다.     

나는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좋은 책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왔소. 이이의 성학집요와 유형원의 반계수록, 허준의 동의보감이오.     


이 세상의 중심은 나, 담헌 홍대용 선생, 담헌 선생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를 과학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너희들에게 이르노니 지금부터 새로운 무예서를 만들도록 하라. 나라 안팎의 무예서를 모두 참고하고 특히 무예 동작의 기법을 세세하게 밝혀 군사들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게 하라. 이덕무와 박제가는 모든 문헌을 자세히 살피도록 하고, 백동수는 각 무예 동작을 정확히 밝혀 책에 드러나도록 하라. 새로운 무예서의 이름을 내리니, [무예도보통지]라 하라.” 본국검을 신라검이라고도 하고 화랑검이라고도 하는군. 우리 민족의 고유한 검법인 조선세법으로.

1790년 초여름 드디어 [무예도보통지]가 완성되었다. 경기도 적성 현감으로 부임하였다.


조선 초에 만든 “경국대전”과 영조 대 만든 “속대전”을 합하여 하나로 만들고 여기에 현재 새롭게 행하고 있는 법을 덧붙여 정조 때 1785년 “대전통편”을 만들었다.     


손자를 대하는 느낌은 좀 달랐다. 이 세상에서 이 아이의 시간과 내 시간이 서로 교차해 만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나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핏줄의 끌림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내가 알지 못할 시간 속에서 살아갈 그 아이의 삶을 미리부터 충분히 축복해 주고도 싶었다.     


뒷이야기 1793.1.25. 아침 이덕무는 쉰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덕무의 유고집 “아정유고(雅亭遺稿)”가 1792년 완성되었다. 아정은 이덕무가 말년에 쓰던 호이다.     


책 소개

『책만 보는 바보-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보람출판사, 2005. 11. 4.초판 2008. 8. 2013쇄 12,000원.

   

안소영 : 1967 대구 출생, 서강대 철학과 졸업, 수학자 안재구 교수와 어린 시절부터 주고받은 옥중 편지를 묶은 서간집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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