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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20. 2023

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단단한 지식』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지知의 체력 단련법

이 책의 부제목은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지知의 체력 단련법」이다.


저자가 세포생물학자인데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읽었다.     


저자의 주장은 “고등학교까지 공부 방법과 대학교 공부 방법은 확연히 달라야 한다.”이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는 ‘학습과 수학’ 즉 배우고 익히는 일, 수양하며 배우는 것이지만 대학에서는 ‘아직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 ‘학문’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배우고 생각하는 것, 되묻는 것이야말로 학문의 본질이다.’     


본래 공부나 학문은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목적이 있는 것은 학습이다. 학문이란 배우고 묻는 것이다.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목표 없이 아주 먼 미래에 막연히 무언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도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학문이다.     


어린아이는 세상의 중심에 있다.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세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상은 아이를 감싸줄 뿐 아이와 대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 비슷한 나이대의 ‘타자’를 처음 만나게 된다. ‘타자’를 아는 것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의식하는 최초의 경험이 된다. 세상이 자신만을 위해 돌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타자’를 알게 됨으로써 처음으로 ‘자기’라는 존재에 대한 의식이 싹튼다. ‘자아의 싹틈’은 ‘타자’에 의해 의식되는 ‘자기’에 대한 시선이다. 자신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경험, 이것은 배움이 최초 경험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것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다. ‘자기’의 상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읽기’라는 행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모르던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나 권의 책을 읽으면 그만큼 자신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 자신 안에 생겨난다. ‘자기의 상대화란 바로 그런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독서나 공부를하면 지식이 넓어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새로운 장소를 얻는다는 사실이다.     


현실에서 응용할 수 없는 지식은 지식으로서 가치가 없다. 하지만 평생 사용하지 않을 지식도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전제로 지식을 쌓아 두는 것은 자신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어휘 혹은 지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무언가로 고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닫고, 그렇게 닫아 버렸기에 해결법을 찾지 못하는 폐색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럴 때 닫힌 마음의 틈 혹은 약간의 균열을 통해 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가만히 참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가능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존재와 마주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훌륭한 존재라고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상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있으면 자신의 좋은 면이 점점 드러난다고 느껴지는 상대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반려자가 될 만한 존재이다.     


실연이든 사별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통절한 아픔을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상대 앞에서 빛나던 자신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사에 의문을 가져라. 그리고 물어보라. 더 이상 의문이 없어질 때까지.     


책 소개.     

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단단한 지식』 구수영 옮김. 2021.01.04. 도서출판 유유. 250쪽. 16,000원. 

     

나가타 가즈히로. 세포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 시인. 1947년 시가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 이학부 물리학과 졸업. 모리나가유업중앙연구소, 미국국립암연구소, 교토대학 흉부질한연구소, 재생의과학 연구소를 거쳐, 자수 포장, 한스 노이라트 과학상을 수상했다. 교토대학 명예교수, 교토산업대학 단백질 동태 연구소 소장. 『세포생물학』 『단백질이 일생』 등 저서.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일본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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