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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02. 2023

『한국인의 의식 구조 3』 이규태 지음.

이 책은 전 4권 시리즈로 되어있다. 그중 3권이다. 책을 쓴지 40여 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현시점의 한국인과 다른 점이 많이 있다. 


나는 50년대 베이비 부머 세대로서 가부장적, 대가족 구조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할 내용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유전적 체질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십여년 전 까지만 해도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어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과 같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서구 유럽 등지와 비교하면서 환경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을 잘 분석하여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서구에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결과 중심이 되기 때문에 ‘빨리빨리’ 같은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사계절과 한파, 무더위, 태풍 같은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삶이 서구와 다른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결과주의’, ‘행복 의식’, ‘계약의식’, ‘시간 의식’, ‘공간 의식’, ‘자연 의식’, ‘육아’ 등에서 한국 특유의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1980년대 만 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빨리 변해버린 세월이 느껴질 수 있는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나훈아의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오랜만에 향수에 빠질 수 있었다.     


책 중에서

“음식 냄새를 맡아보고 쉬었거나 변질 되였을 때, 우리 한국인은 ‘갔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변질된 상태를 오고 가는 행동 동사로 표현한다는 것은 적이 한국적이다. 외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이동한 것도, 없어진 곳도 없다. 한데도 우리 한국인은 그 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있는 것에서 이동하고 없어진 것을 직감한다.”     


  만물을 창조해서 化育하고 화육한 것을 無化시킨다는 뜻에서 조화이며, 음식이 쉰 것에서 무화를 연상하는 것은 곧 조화 문화권에서만 가능한 사고랄 것이다. 


  본질이 변질된 것을 ‘간다’라는 무화로서 표현하듯이 한국인의 생명의 종말, 곧 ‘죽는다’라는 동사를 역시 ‘돌아간다’로 표현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한국인이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어느 한 부분으로 무화돼 간다, 곧 큰 자연 속에 썩어 없어진다.라는 뜻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예술이란 말은 개화기 때 일본 사람들이 서양의 Arts란 개념을 도입할 때 만든 말로 그 이전의 우리 선조들은 이같이 조작적이고 술수를 쓴다는 식의 인공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예술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그림치고 자연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을 그려도 자연에 동화돼 있는 사람을 그린다. 한국의 전통적 시문학은 자연을 떠나서 형성될 수 없다는 데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자연과 인간의 동화 작용에 예술이란 부정탄 말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풍류風流’란 말을 썼다. 혹은 風雲, 風騷, 風雅란 말을 쓰기도 했다. 

풍류란 곧 자연의 흐름세다. 자연의 흐름세가 바로 한국인의 예술인 것이다.


책 소개.     

『한국인의 의식 구조 3』 이규태 지음. 1983. 7. 25. ㈜신원문화사. 6,000원.

  

이규태 (1933~2006) – 전북 장수 출, 2006년 2월 25일, 폐암으로 인하여 만 72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전주사범학교,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취직할 곳이 없어 종로 음악다방에서 DJ를 하기도 했다. 1959년 조선일보에 공채 2기로 입사하여 문화부, 사회부, 편집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1986~1988년은 논설위원실장, 1988~1989년 논설고문을 거쳐 1989년에 주필이 되었으나, 1990년에 김대중 논설주간에게 주필직을 인계하고 정년퇴임하는 날까지 다시 이사대우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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