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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Oct 08. 2023

『틀리지 않는 법』 조던 엘렌버그 지음

「수학적 사고의 힘」


지난달부터 수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초등학생용, 고등학생용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부제목은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이해하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이다.




저자는 수학 영재다. 십 대 시절 연속 3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하여 금메달 둘, 은메달 하나를 받았으며 그중 한 번은 만점을 기록했다. 




수학 천재는 수학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수학은 판사가 아니라 탐정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을 알게 해주는 마술이 아니라 우리가 어느 정도로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가늠하도록 돕는 도구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마존 전자책 뷰어 킨들이 제공하는 밑줄 긋기 기능으로 독자들이 밑줄 그은 대목이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마지막 밑줄이 책의 몇 페이지에 있는가를 확인함으로써 사람들이 그 책을 어디까지 읽다 말았는지를 알아보았다. 마지막 밑줄이 책의 몇 퍼센트 지점에 있는가 하는 지표를 〈호킹 지수〉라고 했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는 대표적인 책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에서 착안했다. 이 내용은 2014년 여름, 「월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되면서 사람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구성은 ‘선형성, 추론, 기대, 회귀, 존재’ 5부로 구성되어있다.


“수학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이다.”라는 저자의 말과 같이 위 주제로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호기심에 빠져들고 집중해서 읽다 보면 어려운 수학 이론을 이해하게 한다.




프롤로그에서 “수학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깊숙이 얽혀 있다. 수학은 어떤 일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학을 아는 것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겉모습 아래에 숨은 구조를 보여 주는 엑스선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 수학은 우리가 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이다. 그 기법들과 관습들은 수백 년에 걸친 고된 노력과 논쟁을 통해서 밝혀진 것이다.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2차 대전 당시 아브라함 발드는 미국에서 전쟁을 지원하는 통계연구 그룹인 ‘SRG’라는 기밀 조직에 근무했다. SRG는 역사상 가장 탁월한 통계학자 집단이었다. 당시 유럽 상공에서 교전을 마치고 돌아온 미군기들에는 온통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이 구멍은 동체에 더 많았고 엔진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장성들은 여기에서 비행기가 제일 많이 총알 맞는 부분에 철갑을 덜 쓰고 보호 효과를 누릴 방법을 요구했다. 발드는 “갑옷을 총알구멍이 난 곳에 두르면 안 됩니다. 총알구멍이 없는 곳, 즉 엔진에 둘러야 합니다.”라고 했다. 엔진에 덜 맞은 비행기들이 많이 돌아온 것은 엔진에 많이 맞은 비행기들이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드는 이 문제에 어떤 변수를 0으로 맞춰 보았다. 조정해야 할 변수는 엔진에 맞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 확률이다. 그 확률을 0으로 맞춘다는 것은 비행기가 엔진에 한 발만 맞아도 무조건 추락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조정하면 데이터가 날개, 동체, 기수에 고루 총알을 맞은 비행기는 돌아오겠지만 엔진에 맞은 비행기는 한 대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갑옷은 총알구멍이 안 뚫린 곳에 둘러야 한다. 발드의 권고는 적용되었고 미 해군과 공군은 이후 한국 저쟁과 베트남 전쟁에서도 계속 그 조언을 따랐다.




발드는 공중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훨씬 뛰어난 장성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수학으로 단련된 사고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자는 〈어떤 가정을 품고 있는가? 그 가정은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수학은 상식이다. 다섯 개에 일곱 개를 더한 결과가 일곱 개에 다섯 개를 더한 결과와 같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수학자들은 〈이것에 저것을 더한 결과는 저것에 이것을 더한 결과와 같다〉고 말하는 대신, 〈덧셈은 교환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렇게도 쓴다. 모든 a와 b에 대해서, a+b=b+a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은 0.9999…가 1과 같지 않다고 대답한다. 이 숫자는 목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지만 영영 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1이 맞다」라고 한다. 어떻게 설득할까? 다음과 같이 논증하는 것이다.




0.3333… = 1/3




양변에 3을 곱하면 이렇게 된다.




0.9999… = 3/3 = 1




수학은 논증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수학을 확실성과 절대적 진리의 영역으로 여긴다. 수학자들은 가령 2 + 3 = 5와 같은 당연한 사실을 다룬다. 그러나 수학은 또한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추론할 수 있는 수단, 불확실성을 완전히 길들이진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다스리게끔 해주는 수단이다. 




파워볼은 미국의 42개 주에서 즐길 수 있는 전국 복권이다. 2013년 12월 6일 파워볼 일등 당첨금은 1억 달러다. 2달러짜리 복권이 기댓값을 계산하는 방법은 1/175,000,000 확률로 1억 달러 일등 당첨금이다. 당첨금의 기댓값을 계산하면 이 복권은 2달러 값어치가 없다. 일등에 당첨되고 그것을 남과 나누지도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섯 숫자를 모두 맞혀야 한다. 그 확률은 1억 7500만분의 1이다. 



그렇다면 파워볼에서 돈을 벌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수학적으로 검증된 세 단계 계획은 이렇다.


1. 파워볼을 하지 말라.


2. 파워볼을 꼭 하겠다면, 일등 당첨금이 충분히 커졌을 때만 하라.


3. 당첨금이 엄청나게 큰 회차에 티켓을 산다면, 남들과 당첨금을 나눠야 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하라. 즉 남들이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숫자를 고르라.



책을 읽고 느낀 수학적 사고는 ‘가설을 정하고 그 가설을 논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결정과 판단을 한다. 그때 ‘수학적 사고’로 판단과 결정을 한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난해한 수학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었다. 




책 소개


『틀리지 않는 법』 조던 엘렌버그 지음. 김경남 옮김. 2016.04.25. ㈜열린책들. 614쪽. 25,000원. 2023.10. 읽음.




조던 엘렌버그. 1971년 메릴랜드 주 포토맥 출생이다. 어릴 때부터 수학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고, 9세에 대학 과정을 시작했으며, 12세에 SAT 수학 부문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세 차례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상한 바 있다.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4년부터 위스콘신 주립 대학 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수론과 대수 기하학, 대수 위상학 등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소설 작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메뚜기 왕The Grasshopper King』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김명남. KAIST 화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 공부.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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