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중국』

농촌교육행동프로그램 REAP팀 스콧 로젤· 내털리 헬 지음

by 안서조

중국은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로서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나라이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 외교 문제에서 우리와 뗄 수 없는 나라, 중국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스콧 로젤 교수와 같은 연구원이자 작가인 내털리 헬이 함께 썼다. 미국과 중국 대학의 경제학자, 교육 전문가, 공중보건 연구자, 관련 전공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농촌교육행동프로그램 REAP팀이 중국 26개 성, 자치구에서 50만 명 이상을 조사한 자료에 근거해서 쓰였다.


저자들은 현재 중진국인 중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결론으로 시나리오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첫째, 중국이 2020년대 초까지 모든 어린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어린이 건강과 발달 지체로 인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줄인다면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둘째, 어떤 기적이 일어나 중국이 인적 자본 수준을 바로 잡기 위해 애쓰는 동안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셋째, 재앙적 시나리오로 중국이 현재 수준에서 인적 자본을 전혀 증가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 급락과 실업률이 급등하고 경제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전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여 세계 경제가 하락한다.


1980년대에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낮은 임금으로 전국 곳곳에 공장들이 지어지고, 경제 전반이 이익을 얻었다. 임금 상승은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왔고 주택 건설과 서비스, 공산품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 모든 성장을 수많은 저숙련 노동자를 기반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고, 이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국가 경제 전략은 지난 30년간 대단히 효과적이지만, 이제 성장 엔진이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세계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다른 나라로 옮겨가거나 자동화 방식을 찾게 된다. 이것이 중국의 현 상황이다. 매달 수만 명의 노동자가 중국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해고되고 있다. 건설경기는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삼성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나이키는 이제 대부분의 테니스화를 중국 밖에서 만든다. 게다가 새로운 로봇 산업과 자동화 기술의 보급은 중국 공장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더욱 줄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중국의 농촌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인구는 교육과 의료, 복지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후커우戶口’(주거지 등록) 시스템 때문이다. 중국인은 태어나자마자 농촌 혹은 도시라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은 농촌에서 살아야 하고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은 도시에서 산다.


오늘날 중국 아이 70% 이상이 농촌 후커우로 등록되어있다. 이는 중국의 미래 노동력 대다수가 교육성과가 훨씬 뒤처진 농촌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노동력이 국가 경제에 공헌할 수 있느냐는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 지금같이 농촌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면 미래 중국의 전반적인 인적 자원이 불균형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모두가 고통받을 것이다. 빈곤과 교육 문제는 다른 국가에도 존재한다. 베네수엘라나 태국 같은 나라가 흔들리더라도 세계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중국 농촌 어린이들의 고난이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위기는 세계의 기초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명품 소비 시장과 세계적으로 중국의 정치적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뉴스와 같이 중국은 부자 나라가 아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다가서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중간 정도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2016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75위였다. CIA 《월드팩트》에 따르면 228개국 중 106위다. 알제리, 코스타리카, 태국 등과 같은 수준이다.


세계 많은 최빈국에서는 대부분 노동력은 완전히 똑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바로 ‘농부’다. 하지만 한 국가가 발전하기 시작하면 변화가 생긴다. 발전 경로가 각각 다른 발전 단계에서 국가들은 다른 종류의 직업군이 특화된다. 저소득 국가에서 평균적인 노동자는 저임금 직업을 가지고 중진국에서 평균적인 노동자는 중간 임금 직업을 가진다. 다른 임금 수준 일자리마다 다른 교육 수준이 필요하다. 고소득 국가를 지탱하는 직업인 사무직이나 첨단기술 공장의 기술직, 고임금 서비스업의 매니저나 전문가로서 성공적으로 일하려면 좋은 교육이 필요하다. 고임금 일자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을 갖춘 노동력 없이는 어떤 국가도 고소득을 유지할 수 없다.


이것이 중국이 직면한 도전이다. 지금 중국이 쌓아둔 인적 자본을 보면, 1980년대 멕시코나 터키에 가까워 보인다. 그 어떤 국가도 고등학교 취학률이 50% 이하로는 고소득 국가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중국의 고등학교 취학률 30%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이 시간당 1~2달러 정도일 때도 한국과 대만의 거의 모든 시민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한국과 대만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은 그 나라의 경제가 선진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엔진을 제공해준다. 스탠퍼드 대학 에릭 하누셰크 교수는 “정부 관리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오늘날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어서는 안 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20년 이후의 경제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또 한 가지 문제는 약 4,000만 명의 잉여 남성이다. ‘잉여 남성’이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남녀 성비 불균형을 가져왔다. 출생기록에 따르면, 2000년에는 여아 100명당 120명의 남아가 태어났다. 이 비율은 이후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지속되었다. 약 4,000만 명 정도의 남성이 아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결혼하지 못한 젊은 남성들은 환경과 무관하게 범죄에 연루되거나 범죄조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결혼한 남성들보다 높다. 이는 범죄학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중국은 곧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이 거대한 국가이고 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갖고 있다. 세계 인구 중 5분의 1이 위험에 빠질 것이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사회적, 경제적 파급 효과는 중국의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은 세계 다른 국가들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면 앞으로 몇십 년간 전 세계 시장에 큰 손실을 끼치고 세계 많은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과 많은 무역 상대가 난관에 빠지고 전 세계적 불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실제로 하락하기 시작해 사람들이 분노하면, 중국공산당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장악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공연한 군사행동을 일으켜 위협으로 성공을 거둘 때가 왔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오랫동안 끓고 있던 갈등들이 마침내 폭발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군사적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 연구진에 의하면 2015년 국가별 가장 젊은 집단(25~34세)이 교육 달성률 표에서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않은 비율(2014)’ 한국이 5% 미만으로 1위이고, 미국이 10%로 12위, 중국이 60%가 넘어 꼴찌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기회비용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거나 취학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중진국 상태에서 고등학교 취학률을 성공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나라들은 이 기회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까지 무료 교육과 필수 교육으로 만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는 가족에게 ‘돈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조건부 현금 지급 Conditional Cash Transfer. CCTs’로 알려진 제도이다. 브라질은 아이들을 고등학교에 보내면 가족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운영한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면 그 가족은 아이가 노동시장에서 벌 수 있는 임금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의 보조금을 받는다. 중국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만 의무 교육이다. 중국의 학비 비율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중진국 발전 단계에서 감춰진 기아도 국가의 장기적 성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중진국의 미래 전망은 국민이 고소득 미래 일자리를 찾는 데 필요한 기술과 교육을 갖추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진국 단계에서 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다. 빈혈, 근시, 기생충은 모두 보이지 않아 보통 치료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 증상 모두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방해한다.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건강 문제가 많은 국가에서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인적 자본을 축적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대부분의 인간 역사에서 육아는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까웠다. 스스로 먹고사는 방법, 생계를 유지하는 법, 질병이나 외부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최선의 방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과학적 방법이 부상하면서 우리는 복잡한 메커니즘 작동법을 감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변수들을 통해 확립된 사실에 근거해서 우리의 의견을 형성한다. 우리가 배운 위대한 것 중에는 목숨을 구하는 약들 환경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식들, 물질적 세계에서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방법들이 있다. 유아기 초기 환경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바로 뇌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 중국 농촌 아이 중 절반은 인지 테스트에서 낮은 결과를 기록해 성인이 되어서도 IQ 90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부의 정치 시스템 몇 가지 구조적 문제는 다른 중간소득 국가들보다 인적 자본 위기에 더 취약하다. 후커우 시스템은 중국의 도시와 농촌 주민 사이에 거의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장벽을 만들었다. 후커우는 국가가 후원하는 카스트 제도 같다. 후커우 제도의 기원은 1950년대 국가 계획 시대에서 시작한다. 신분은 출생과 함께 부여된다. 특권을 누리는 도시 신분과 농촌 신분으로 나뉜다. 도시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도시 후커우를 가지고 농촌 부모를 가진 아이는 농촌 후커우를 가진다. 수십 년 동안 도시와 농촌 사람들은 완전하게 분리된 경제시스템 안에서 살아왔다.


후커우가 등록된 지역에서만 생활하고 일하고 정부가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1980년대 개혁으로 농촌 주민들도 도시로 가서 일할 수 있게 허용되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대규모 이주가 일어났고 이것이 중국 경제성장에 핵심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전국적으로 사회적 서비스는 후커우에 기반을 두고 할당되는데, 이것이 불평등과 인적 자본 축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농촌의 부모가 일하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더라도 그들은 법적으로 아이들을 도시 학교에 보낼 수 없다. 농촌 출신 부모들은 자녀들과 농촌에 남거나, 자녀만 농촌에 남겨놓거나, 자녀를 도시로 데려오는 선택을 해야 한다. 도시에 자녀를 데려오면 공립학교에 보낼 수 없다. 공공의료 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 3억 명 이상이 이런 상태이다.


후커우 제도를 비롯한 중국의 구조적 차별로 농민들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보건 위생 문제 등을 겪고 있지만, 중국 농민들이 결코 수동적인 피해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1년 부패한 지방정부 관료들이 팔아넘긴 마을 토지를 되찾고 민주적 선거로 마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시위도 벌였다. 지금도 공장에서 건설 현장에서 노동조건과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농민공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문제를 이 책을 통해 잘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이룬 교육열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려도 우리 아이는 공부시켜서 나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희생은 세계 1위 교육열을 기록했다. 이 세계 최강의 교육열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모 세대에서 받은 은혜를 후세에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 소개

『보이지 않는 중국』 스콧 로젤· 내털리 헬 지음. 박민희 옮김. 2022.04.15. 롤러코스터. 356쪽. 18,000원.

스콧 로젤 Scott Rozelle. 스탠포드대학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관계 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탠포드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 헬렌 판즈워스 기금 교수. 40년 가까이 중국의 농업, 경제, 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국 농촌교육행동프로그램REAF팀을 이끌고 있다.


내털리 헬 Natalle Hell. 작가, 연구자. REAP팀의 일원으로 7년 이상 중국의 교육과 보건 문제를 연구했다.

박민희. 2007~8년 중국 런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다. 2009~13년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 통일외교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