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내공』 신도현, 윤나루 공저.

by 안서조

나는 말을 잘못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말을 잘한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을 상대에게 무리 없이 전달하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수단인 ‘말’을 잘 활용하는 것.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말’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말’이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은 실용서’라고 한다. 주로 말 잘하는 사례와 기술을 소개한다. 당장의 화술 향상보다는 기존의 언어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라고 한다.


말을 ‘잘한다’라는 것은 단순히 화술이 능수능란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 성숙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여 이해하며, 어떤 상황을 읽는 안목까지 갖춘 총체적인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책의 구성은

1단계, 수양 -말 그릇 키우는 법.

2단계, 관점 –관점 바꾸기.

3단계, 지성 –말이 깊어지려면.

4단계, 창의성 -참신하게 말하는 법.

5단계, 경청 –경청을 실현하는 법.

6단계, 질문 –잘 묻고 대답하려면.

7단계, 화법 –말하기 기술.

8단계 자유 –실천할 말 버려야 할 말.

마지막으로 실전 –말의 내공을 보여 준 성현들 이야기로 되어있다.


말만 하면 타인과 갈등을 빚거나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 못하는 것, 모두 언어생활과 표현력 이전에 말 그릇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내면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감정을 거르지 않은 채 그대로 뱉어 내 관한 갈등을 일으킨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불완전한 탓에 자신을 지나치게 숨기거나 반대로 과시한다. 이처럼 말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을 담는다.

그래서 수양이 필요하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내면의 감정을 잘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이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타인의 욕망을 좇지 않는 것이다. 사회가 바라는 것을 똑같이 바라는 삶, 타인의 꿈을 대신 실현하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내가 기준이 되는 삶이다.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려면 큰 다짐과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아침 1분씩 소리 내어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고 다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나조차 내 뜻대로 디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우친다. 그때 나의 삶은 나의 의지가 아닌 수동적인 운명 아래에 처한다. 감정에 예속되면 좋은 상황을 만나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 나쁜 쪽으로 해석하며 자신을 몰아갈 뿐이다. 삶이 주인으로 살아가려면 자신의 감정을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선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가 쉽게 휩쓸리는 감정과 유독 결여된 감정은 뭔지 찾아봐야 한다.


지나친 감정은 덜어내고 부족한 감정은 북돋운다. 좋은 감정을 기르고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야 한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다스리고 경영한다. 석가모니는 먼저 몸의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고 한다. 어떤 감정이 일어나면 그 감정은 어떻게든 몸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분노가 일면 호흡이 가빠지거나 미세하게 몸이 떨린다. 이런 현상에 주목하면 나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관점대로, 즉 보는 대로 세상은 존재한다. 세상 자체는 객관적인데, 우리가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나의 주관에 따라 나의 세상이 달라지고 나의 세상이 달라질 때 정말 객관적인 세상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수양을 통해 언어생활의 기본인 나를 닦았다면 다음은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


관점은 내가 처한 위치에 기초한다. 여기에 지배적인 관점이 있다. 예컨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는 남성은 남성이라는 자기 신체에 기초해 남성적 관점을 체화하는 동시에 사회의 지배적인 남성 중심적 관점도 내면화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이데올로기라는 두 관점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주입돼 있거나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관점을 의심하자. 그 자리에 새로운 관점, 나만의 관점을 쌓자 남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자. 다만 나의 관점이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자.

말을 할 때 형식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이다. 말의 내용을 깊게 하는 것이 지성이다. 지성이란 나를 알고 타인을 아는 것이며, 사람을 알고 세상을 아는 것이다. 그것도 적당히 아는 것이 아니라 잘 아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타산지석 삼아 나를 돌아보고, 타인의 견문을 통해 나의 견문을 확장함으로써 지성을 연마할 수 있다.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지성이 길러질 수 없다. 나의 해석을 거쳐야 지식은 지성이 되고 지혜가 된다. 세상의 지식을 익히고 이를 기반으로 나의 말에 힘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해석하는 훈련은 필수다. 해석은 말을 하는 화자와 그 말의 배경까지 꿰뚫어 보는 것이고, 해설은 주어진 말을 알맞게 풀이하는 것이다. 해설은 객체로서 하는 것이요. 해석은 주체로서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변화하려면 해석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시비를 가려 문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언어도 그렇다. 나를 바꾸고자 한다면 나의 언어와 나의 내면의 언어를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 타인을 바꾸고자 한다면 타인의 언어를, 관계를 바꾸고자 한다면 나와 너 사이의 언어를 해석해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자기 생각을 글로 써야 한다. 말할 때는 녹음하지 않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돌아보기 어렵다.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 그걸 보고 고민할 수 있다. 글을 쓰면 쓰는 동안 절로 생각이 정리된다.


경청은 본격적인 말 공부에 진입하는 문이다. 언어생활이란 크게 나누면 말하기와 듣기인데, 말하기만큼 중요한 게 듣기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은 말하기보다 ‘성숙한 경청’이다. 우리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 잘 들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경청해야 잘 말할 수 있다. 잘 들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해한 바탕 위에 비로소 나의 좋은 말을 세울 수 있다.


들을 때 행간을 잘 파악해야 한다.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선뜻 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상대방 말이 곧 본뜻은 아니다. 말의 진의는 말의 행간을 파악해야 알 수 있다. 그가 스스로 친절하다고 말한 연유와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그 사람됨과 행동거지를 알아야 한다. 말의 행간을 본다는 것은 말 너머의 맥락까지 아울러 본다는 뜻이다. 그래야 말의 도리, 즉 진의가 열린다.

사람 간 갈등의 최전선은 ‘시선’이다. 내가 타인을 바라볼 때, 나는 주체요 타인은 객체다. 반대로 타인이 나를 쳐다볼 때 내가 객체가 된다. 서로 마주할 때 주체와 객체가 역전되는 동등한 대립 상황에 부닥친다. 그래서 권력을 쥔 자들은 시선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질문도 시선과 비슷하다. 바라보는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처럼 질문하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내가 상대의 삶에 참여해 함께하고자 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것은 내 방식을 강요하고 영향을 끼치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 삶의 방식을 존중할 때 가능하다. 질문을 잘하고 질문을 잘 받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질문이 오가면 공동체의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모르는 것을 서로 물어 지식이 발전하고 묻고 도와줌으로써 관계가 돈독해진다. 권력관계가 느슨해지니 더 수평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와 논의도 가능해진다.


쇼펜하우어는 38가지 논쟁술을 제시한다. 상대를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질서 정연하게 질문하지 말고 마구 질문을 던지라. 상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말고 답하는 즉시 새 질문을 던져라. 그러면 상대방은 적어도 하나쯤은 잘못된 답을 하게 되고 그대 그걸 물고 늘어짐으로써 상대를 궁지로 몰 수 있다. 상대가 발끈하는 지점이 약점이다. 거기를 공격하라.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은근히 끼워 넣어라. 상대의 주장을 확대해석하라. 화를 내도록 유도하라. 하나를 인정하거든 전체를 인정한 것을 단정하라. 내가 승리한 듯이 분위기를 몰고 가라. 정 안 되면 인신공격을 단행하라…


일상에서는 부드러운 말씨가 최선이다. 말하려는 내용은 명확하게 하되 이를 담는 표현과 말투는 유연해야 한다. 조언할 때도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부드럽게 해야 한다. 삼월 봄바람이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듯 부드럽고 찬찬히 말하라.


대화에서 생기는 문제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타인에 대한 무지, 관계에 대한 무지 감정에 대한 무지, 때와 상황에 대한 무지, 말에 대한 무지, 대화 주제에 대한 무지 등 여기에 모르면서 잘 알고 있다는 착각까지 얹히면 더 심각해진다. 어설프게 알면서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고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말하는 본인은 전혀 정의롭지 못하면서 정의에 관해 그럴듯하게 논리적인 연설을 하는 사람은 그 내용만큼 우스운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말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사람은 자기 잘못에는 관대하지만, 타인의 잘못에는 매우 엄격하다. 내가 은연중 지키지 않은 말을 상대는 금세 안다. 열 말 중 일곱 말을 지켰을 때 나는 스스로 신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내가 지키지 않은 세 말에 주목한다. 그리고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말이 무서운 이유다.


대화란 말의 나눔 이전에 마음과 마음의 나눔이다. 말은 단지 도구다. 말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이유다. 진의와 다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내 안의 영혼이 입술과 혀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심의 언어를 해야 한다. 영혼에서 길어 올린 내면이 목소리는 말주변이 없어도 언어가 달라도 상대의 내면 깊은 곳으로 가닿는다.


책 소개

『말의 내공』 신도현, 윤나루 공저. 2018.11.12. ㈜행성비. 210쪽. 14,500원.

신도현. 인문학자. 저서 《조선이 사랑한 문장》 등

윤나루. 고등학교 교사. 수필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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