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부기 셔플』 이진 지음

by 안서조

기타를 가까이한지 10여 년이 넘어간다. ‘기타…’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이 소설은 1950년 한국 전쟁과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김현은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팝송을 좋아한다. 아들에게 음악에 소질이 있다며 바이올린 개인교습을 시킨다. 그러나 어린 김현은 바이올린 배우는 것이 싫다. 그럭저럭 기초를 배우고 그만둔다. 전쟁이 나고 부산으로 피난 간다. 가세는 기울고 아버지는 공장을 보러 간다며 서울에 간 후 행방불명이 된다. 어머니 마저 돌아간다. 고아가 되어 작은아버지 집에 얹혀살다가 쫓겨난다.


갈데가 없어진 김현은 평소 가던 음악다방에 간다. 그곳에서 공장에 같이 다니던 친구를 만난다. 친구의 권유로 미8군 쇼단 핼퍼로 취직이 된다. 핼퍼로 생활하던 날 기타리스트가 마약으로 공연을 못 하게 된다. 대타로 김헌이 무대에 올라가고 이 일을 계기로 ‘와일드 캐츠’라는 캄보밴드 멤버가 된다. 그룹은 소문이 나고 소속사를 바꾸고 미군 오디션에서 A등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그 사이 5·16혁명이 일어나고 사회는 변한다. 밴드 멤버 중 기타리스트가 마약에 중독되어 그룹은 해체되고 김헌은 기타학원 강사로 생활하던 중 결혼한다. 장인이 경영하는 공장을 이어받으며 기타는 접는다. 자식들을 키우며 손녀가 기타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옛생각이 떠오른다.


소설 내용을 보고 작가 나이가 중년은 넘었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1982년 생이다. 그 옛날 일을 주제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자란세월과 소설의 시대배경이 같아서 반가웠다. 전에 ‘응답하라 1984’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가 유행이었다. 그시절 기타는 비쌌고, 돈은 없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어 그 때 부모님 모르게 검정색 기타를 샀다. 지금 생각하면 불효막심한 노릇이다. 어려운 형편에 서울까지 학교를 보내 준것만 해도 감지덕지 할 일인데 철없는 짓을 한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괴롭다. 저승에 가서 부모님 뵐 낮이 없다.


소설 속에 음악다방이 등장한다. 그 시절 음악다방이 유행했다. 돈도 없고, 갈 곳 없는 청춘들이 시간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인기있는 디스크쟈키가 있었고, 청춘남녀들은 디스트쟈키를 통해 연모의 마음을 전했다. AFKN라디오도 그 시절 인기있었다. 품질 좋은 미국 전파에서는 최신 팝송이 흘러 나왔다. 재즈와 로큰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는 의미도 모르면서 따라 했다. ‘킵 온 롤링~~’ 까마득한 옛일이다.


전쟁 통에도 연예인은 있었고 프로모션이 있었다. 연예인을 이용해서 돈 벌이 하고 떡 고물을 먹고사는 핼퍼, 기획사 직원들이 있다. 사람을 무대에 서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은 지극히 본능적이며 육체적인 것이다. 모든 딴따라들의 영혼에 찍힌 낙인, 속된말로 ‘끼’라고 불리는 그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끼는 잠재되어 있다. 그것은 육신을 옭아매는 규율을 벗어던지고파 하는 욕망,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댄스홀에서 신들린 듯 춤추는 대학생과 가정주부들, 어른의 칭찬이 고파서 재롱부리는 어린아이. 평범하지만 그 또한 ‘끼’라고 할 수 있다.


밴드맨들의 꿈은 독립된 캄보 밴드로 이름을 떨치는 것. 더 나아가 솔로 뮤지션으로 유명세를 얻는 것이다. 그 위치에 오르면 전성기가 끝나고도 쇼단장으로 일하거나 스스로 연예흥행사를 차리거나 최소한 음악 학원이라도 차려 먹고살 수 있었다. 수 많은 밴드맨들 중 한 줌도 안 되는 이들만 가능한 일이었다.


소설에 정치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계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5·16 혁명 세력을 기반으로 한 민주공화당은 대규모 전당 대회를 열어 박정희 의장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민정당을 비롯해 재야 정당들이 나섰으나 분당과 탈당으로 어지럽게 이어지는 와중에 육균사관학교 출신으로 단단히 결속된 민주공화당의 공세를 이겨내기란 요원했다. 군정은 표피만 바꾼 채 순조롭게 작동하는 중이었다.

1963년 추석은 콜레라의 난 한가운데서 맞이했다. 늦더위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온 콜레라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도권을 점령했다. 정부는 비상 방역 태세를 선포했다. 대규모 콜레라 예방접종을 실시했지만 주사약의 재고분은 서울시 인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을 끓여 마시는 것만이 시민들이 할 수 잇는 유일한 예방책이었다. 연일 새로운콜레라 환자 발생 소식이 보도되었다. 익숙한 이야기인데 잊혀졌던 일이다. 최근에도 코로나 사태로 홍역을 겪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영화속 주인공이 되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소개

『기타 부기 섞기』 이진 지음. 2017.11.02. 연합뉴스. 260쪽 13,000원.

이진.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디자인가 영상이론을 공부했다. 2012년 첫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이 제6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2014년 장편소설 『아르주만드뷰티 살롱』, 2017년 『기타 부기 셔플』로 수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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