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는 1946년부터 4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며 쓰기 시작한 소설로 1949년에 발표되었다. 조지 오웰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 공산주의를 고발하는 내용의 동물을 의인화한 소설 『동물 농장』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줄거리는,
1984년 세계는 세 개의 제국으로 나뉜다. 세계가 세 개의 초대형 국가로 분할되리라는 것은 20세기 중엽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왔다. 소련이 유럽을, 미국이 대영제국을 합병함으로써 현재의 세 열강 중 유라시아와 오세아니아 두 열강은 일찍부터 존재하게 되었다. 나머지 열강인 이스트아시아는 십 년 동안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단일국가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삼 대 초국가의 생활 조건은 모두 같다. 오세아니아를 지탱하는 철학은 ‘영사(영국 사회주의 줄임말)’이고, 유라시아의 그것은 ‘신 볼셰비즘’이며, 이스트아시아의 경우는 ‘죽음 숭배’이다. 죽음숭배는 중국어를 번역한 것인데, ‘자기 말살’ 정도 되는 뜻이다.
유라시아는 포르투갈에서부터 베링 해협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북부 전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오세아니아는 아메리카 대륙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대서양의 여러 섬과 아프리카의 남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트아시아는 중국과 그 남쪽의 국가들, 일본, 그리고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만주, 몽골, 티베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이십오 년 동안 이들 세 초국가는 둘씩 동맹 관계를 맺으면서 나머지 한 초국가를 상대로 쉴 새 없이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전쟁은 20세기 초기의 경우처럼 절망적이고 전멸 적인 싸움이 아니다. 서로 파괴할 수 없는, 교전 국가 간의 한정된 목표를 위한 국지전이 되었다. 이런 전쟁은 순수한 이데올로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명분 같은 것도 없다. 전쟁은 대부분 고도로 훈련된 극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에 비교적 사상자의 수가 적다. 전투는 국경 근처나 해로(海路)의 전략 지점을 지키는 유동요새 부근에서 벌어진다.
자립 경제 체제가 확립되면서 생산과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전 시대에 전쟁의 주요 원인이었던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은 이제 끝난 상태이고, 원자재 획득을 위한 경제 역시 더 이상 생사를 건 문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세 초국가는 영토가 넓어 자국의 영역 내에서 필요한 모든 물자를 얻을 수 있다. 전쟁이 경제적인 목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노동력 확보이다.
오세아니아에는 빅 브라더 아래 인구의 2퍼센트도 안 되는 600만으로 구성원이 제한된 내부당이 있다. 내부당 아래에는 외부당이 있는데 내부당이 국가의 머리라면 외부당은 그 팔에 해당한다. 외부당 아래에는 ‘프롤’이라는 노동자계급이 전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벙어리 같은 대중이 있다. 노동자는 ‘하층계급’으로 이 정복자에서 저 정복자의 손에 끊임없이 넘겨지던 적도지방의 노예들이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에 산다. 사회적 신분은 내부당원, 외부당원, 프롤 세 가지로 나뉘는데 윈스턴은 외부당원이다. 윈스턴이 하는 일은 신문을 수정하는 일이다. 국가는 빅 브라더의 통치하에 모든 장소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으로 프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을 감시한다. 일거수일투족이 텔레스크린에 의해 통제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텔레스크린에서 지시하는 체조로 일과가 시작된다. 지정된 시간에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텔레스크린이 감시한다. 결혼은 후세를 낳기 위해서 의무적인 관계로 이루어진다. 부부관계를 성적 만족을 위해 즐기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아이를 갖지 못하면 이혼은 할 수 없고 부부가 강제격리 된다.
윈스턴은 결혼한 아내가 아이를 갖지 못해 강제 격리되어 혼자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줄리아와 불륜관계가 된다. 이들의 관계는 얼마 안 되어 텔레스크린 감시망에 걸려들고 체포된다.
소설의 텔레스크린은 오늘의 CCTV와 같다. 40년 전에 조지 오웰은 CCTV 출현을 예고한다. 소설 속 오세아니아는 북한의 사회체제와 비슷하다. 일과 후에 사상학습을 하고 단체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빠지면 즉각적인 제제가 가해진다. 지속적인 인민 교육이 실시되고 개인 활동은 철저한 감시 아래 통제된다. 그런 환경에서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은 목숨을 건 행위다.
인민을 학습하기 위해 과거에 일어난 일을 조작한다. 신문, 모든 사건과 관계된 기록, 사물을 통치에 맞게 변경한다. 언어와 문장, 낱말도 개조한다. ‘신어’라는 단어 개조 부서가 사전을 집필한다. “낱말을 없애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 가장 쓸모없는 낱말은 동사와 형용사에 많지만, 없애야 할 명사도 수백 개나 있네. 동의어뿐만 아니라 반의어도 없애야 하지. 도대체 한 낱말이 단순히 다른 낱말의 반대만을 뜻한다면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 한 낱말에 이미 그 자체에 반대로 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네, 그래서 ‘좋은 good’라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그 반대말을 ‘안 좋은 ungood’이라고 하면 되지 철자도 생판 다른 ‘나쁜 bad’ 란 낱말이 뭣 때문에 필요하겠나?” 1940년대 그 시절에 현대에서 유행하는 줄임말을 예측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세아니아 정부는 보도, 연예, 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부.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애정부.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풍요부로 구성되어있다. 이 부서들은 신어로 ‘진부’, ‘평부’, ‘애부’, ‘풍부’라고 한다. 애정부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그 건물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그곳은 미로 같은 가시철조망과 철문을 비롯하여 기관총이 숨겨져 있는 초소들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건물 외부의 관문으로 이어진 거리에서조차 검은 제복의 고릴라처럼 생긴 위병들이 마디진 곤봉을 차고 어슬렁거린다. 오늘날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강제수용소가 떠오른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단체에 가입한다. 윈스턴이 사는 아파트는 50년이 넘은 승리맨션이다. 이웃에는 파슨스 부부가 어린 남매와 산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파이단이라는 단체에 가입한다. 스파이단은 제도적으로 아이들을 소야만인으로 개조하여 당의 강령에 조금이라도 반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당과 당에 관계되는 것은 무엇이든 찬양하도록 만든다. 군가, 행진, 깃발, 등산, 모의총 훈련, 슬로건 복창, 빅 브라더 숭배 등 이런 것들은 그들에게 일종의 영광스러운 놀이였다. 아이들의 잔인성은 국가의 적과 외국인을 비롯하여 반역자, 파업자, 사상범에게 향하고 있다. 서른 살 이상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거의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부모 대화에서 어떤 위험한 말을 슬쩍 엿듣고 사상경찰에 고발했다는 기사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신문에 실린다. 북한 어린이들이 단체복을 입고 활동하는 TV 화면이 연상된다.
오세아니아에서 공공장소나 텔레스크린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혼자 공상에 잠긴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나타나는 경련, 무의식적으로 짓는 불안한 표정,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 등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없어야 한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행위로 간주하여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 그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심지어 이에 대한 신어까지 있는데, ‘표정죄’가 그것이다.
공회당 저녁 모임에 출석 횟수를 꼼꼼하게 조사한다. 원칙적으로 당원은 여가를 누릴 수 없는 데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 절대 혼자 있어서는 안 된다. 일하거나 식사하거나 잠잘 때 외에는 단체 오락 활동에라도 참여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고독한 낌새를 내비치는 행위를 하거나 하다못해 혼자 산책을 하는 것조차 위험한 짓이다. 혼자 생활하는 것을 신어로 ‘독생’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개인주의와 기벽을 뜻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먼 영국에서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오늘의 북한 전체주의를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다. 그것도 1940년대에 예측했다는 사실에 작가에게 경의를 보낸다.
책 소개
『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희성 옮김. 2003.06.16. ㈜민음사. 425쪽. 9,500원.
조지 오웰 George Orwell(1903~1950). 1903년 인도 벵골주에서 출생.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이다. 두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튼 학교 졸업. 대학 진학 포기하고 버마에서 5년간 경찰로 근무했다. 그 후 가출해서 파리에서 부랑자 생활하다가 런던 빈민가 노팅힐에서 혼자 생활하며 글을 썼다. 1933년 첫 번째 소설 『파리와 런던의 안팎에서』 발표. 이때부터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35년 『버마 시절』 출간. 스페인 내전 참가,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1938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다. 1945년 『동물 농장』발표. 1949년 『1984』 발표. 47세의 나이로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하여 별세.
정회성. 인하대학교 영문과 졸업. 도쿄 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공부. 성균관대학교, 명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