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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14. 2022

사토 신이치 저,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을 읽고

노년의 심리학

저자는 10대의 끄트머리에서 노년 심리학 공부를 시작해서 40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법적 노인이 된 나이에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읽었다.


 이 책은 노년 심리학의 관점에서, 인생의 후반에 닥쳐올 생애 사건들이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60대 이후 모든 사람의 주제이자 이 책의 주제이다.     


퇴직 후 일상은 평일과 주말, 일하는 날과 쉬는 날의 구별이 없어진다. 즉 “일상이 없다.”는 말이 맞다. 현역 시절에는 휴일, 휴가가 비일상이다. 그 비일상에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우고 여행도 가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그러나 비일상이 계속되면 전혀 즐겁지 않다. 일정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속박이다. 그래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가 미래 비전과 충실한 일상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흔히 죽은 사람을 빨리 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유대가 죽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사고방식을 ‘지속적 유대’라고 하는데 사람은 이 지속적 유대를 통해 사별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사별한 사람과의 유대를 이어가는 것은 고인을 마음속에 계속 간직한다는 뜻이다. 사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일은 90세, 100세의 고령자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유로움 마음이며, 그 마음속에서 먼저 떠난 삶들과 계속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고 죽음을 대비해 저축이 어디에 있는지, 장례에 누구를 부를지, 어디에 묘를 쓸지, 자신이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지에 관한 자신의 생사관을 기록하는 것처럼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또한 아름다움 삶을 사는 것이다.     


심신이 쇠퇴하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돌봄이 필요해지다 보면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집단생활이 원칙이다. 식사 시간과 목욕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고 해야 한다. 자유가 없어진다. 자유란 ‘자기 결정권’ 즉 자율이 없어지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인생을 끝까지 행복하게 만들려면 마음에 울타리를 낮추고 자신의 약함을 남에게 드러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약한 사람이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자신의 약점을 남에게 드러내며 스스로 소리 높여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개인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저자는 죽을 때까지 지적 호기심과 추억을 유지하면서 신체적 활동 반경을 좁아지더라도 마음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죽음은 이 세상과 단절이 아니라 연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한다.


 돌아가신 부모와 앞서간 친구와 대화하고 내면을 충실하게 채워가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손주는 조부모로부터 삶과 죽음을 배운다. 일부러 가르치거나 설교를 하지 않아도 조부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조부모의 가치관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삶이 역사이고 현실이다. 내가 잘살아야 후손도 잘 수 있다. 나이 들면서 한 번쯤 읽어 볼만 책이다.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사토 신이치 저, 노경아 옮김. 2020.01.03. 지금이책. 15,000원.

     

사토 신이치 – 도쿄 출생.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노년 행동학 및 임상 사생학 교수. 일본 응용 노년학회 이사, 일본 치매케어학회 대의원, 일본 노년 정신의학회 편집원, 일본 노년 사회 과학회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경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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