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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03. 2024

『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최신소설을 찾다가 이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소설 같은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60년 전, 1962년 4월 프랭크는 영국 런던에서 도심을 운행하는 ‘88’ 번 버스에서 첫눈에 반한 여인을 만난다. 전화번호를 받고 다음 주 일요일에 데이트 약속을 한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린다. 다음 주 일요일은 다가오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88번 버스 정거장에서 하루 종일 기다린다. 끝내 만나지 못한다.     


그때부터 프랭크는 88번 버스를 탄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2022년 4월, 88번 버스에서 리비는 프랭크를 만난다. 리비는 결혼을 약속한 8년 사귄 남친 사이먼과 헤어져 런던에 있는 언니네 집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리비는 60년 전 헤어진 그녀와 닮았다. 프랭크는 60년 전 이야기를 한다. 아직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고. 리비는 프랭크를 돕기로 한다. 프랭크는 치매 초기 단계다. 리비는 프랭크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딜런을 88번 버스에서 만난다. 딜런을 스케치하다가 들킨다. 우연은 이어지고, 프랭크의 집에서 딜런을 소개받고, 둘은 88번 버스 노선 정류소에 프랭크가 헤어진 여인을 찾는다는 포스터를 붙인다.      


리비와 딜런의 만남은 이어지고 리비는 딜런의 친구 에스메를 소개받는다. 그러던 와중에 리비는 임신했다는 진단을 받는다. 사이먼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사이먼은 여자가 생겼다며 리비의 임신을 원망한다. 리비는 사이먼에게 너무 큰 배신감을 느낀다. 딜런은 리비에게 임신 이야기를 듣고 위로한다. 리비의 서른 번째 생일날 프랭크, 딜런, 에스메는 리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리비의 집에 오고, 딜런은 리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때 사이먼이 예고 없이 나타나서 리비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한다. 리비는 사이먼에게서 이미 마음이 멀어졌지만, 태어날 아기를 키우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리비는 이미 딜런을 사랑하고 있었다. 프랭크 치매 병세가 점점 심해지자 프랭크의 딸이 치매 판정 검사를 받게 한다. 프랭크는 요양원에는 절대 안 들어가겠다고 하지만, 검사를 받기로 하고 검사받는 날 딜런이 프랭크를 도와 주기로 한다. 그런데 그날 딜런은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고 프랭크는 사고로 화상을 입는다. 리비는 딜런의 행방을 알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 딜런은 프랭크의 집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습격을 받고 중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간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리비는 딜런을 찾아간다. 딜런은 혼수상태이고, 리비는 딜런에게 사이먼을 찾아가야 하겠다고 독백한다.     


우여곡절 끝에 프랭크가 찾던 여인을 안다는 소식이 온다. 프랭크는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여인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망에 빠진다. 리비가 88번 버스를 타고 가던 중 60년 전 그 여인의 친구 페기를 만난다. 프랭크는 페기를 만나 그 여인의 이름은 ‘퍼시’이고, 미술 선생님이었다. 퍼시는 페기와 둘도 없는 친구로서 한 집에 살면서 서로 위로하고 살았는데 몇 년 전 병으로 죽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60년 전 그날 페기가 데이트 약속이 있다며 미술관에서 10시간 넘게 프랭크를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시간 프랭크는 88번 버스 정류소에서 페기를 기다렸는데, 운명은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하고 프랭크는 퍼시가 자기를 기다렸다는 말에 그 때 퍼시와 결혼해서 살았다면 행복했을 것이라고 독백한다. 리비는 사이먼과 헤어지고 딜런과 결혼한다.     


소설을 읽으며 오랜만에 감성에 젖었다. 리비와 딜런이 서로 사랑을 하면서 사이먼과 오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대목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조건 없이 타인을 도와준다는 것. 그것은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세상만사가 이해타산에 움직이는 것 같지만, 순수한 마음은 어떤 형식으로든 보상을 받는다는 것. 이 소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됐다.     


프랭크를 통해 나이가 들어도 인류애로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위로해 줄 때 나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진실을 실천할 때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가고 치매가 심해지는 것을 본인이 안다는 것. 이제 인생으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얼마 안 남았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이런 것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내일 일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까.     


기억하고 싶은 글귀     

요즘엔 옛날 생각이 점점 더 많이 나. 이것저것 생각하며 버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뭔가를 보거나 듣고는 50년이나 6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거지. 참 별일이야. 옛날 기억이 다시 떠오르다니. 우리 나이가되면 다 이런가 봐. 불평하는 건 아니야. 지난번에 88번 버스에서 학생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나이 때 내가 어땠는지 또렷하게 기억나더라고. 두려움, 희망, 바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고들 하지. 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      


프랭크랑 88번 버스의 그녀를 봐요. 그녀는 부모님을 거역하고 미대에 갔고, 프랭크는 딱 한 번 만난 여자를 평생에 걸쳐 찾아 헤매잖아요. 둘 다 자신의 꿈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데 난 주변 사람 비위 맞추느라 내 꿈은 포기한 지 오래예요.      


책 소개.

『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2023.07.24. (주)주바이포엠 슈튜디오. 467쪽. 17,500원. 

     

프레야 샘슨 Freya Sampson. 테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 공. 글쓰기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파버 아카데미 졸업. 방송국 총괄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지상파 방송국 채널4의 〈포 인 어 베드〉 및, BBC 왕실 다큐멘터리 《로열 패밀리》 두 편을 연출했다. 저서 《더 라스트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윤선미. 한국 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과 번역 전공 석사학위 취득.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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